2002년 네덜란드 국제걷기대회에 다녀 온 적이 있다. 인구 16만명에 불과한 네이메이시에 도착해 전야제 행사에 참가했는데, 전야제에 참가한 악대의 규모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악대 규모가 30인조도, 100인조 악단도 아닌 3천인조 악단이 아닌가. 3천명으로 구성된 악단이 내는 소리는 그야말로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였는데 그 악단의 지휘자는 한명이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걷기대회를 주관한 네이메이시와 그 주변도시에 있는 모든 악단이 총동원 됐다고 한다.

유럽은 마을마다 직장마다 모두 악단이 있다.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악단이 모여 하나의 대규모 악단을 이루어 내는 소리란 실로 굉장한 것이었다. 이러한 참여의 총합이 우뢰와 같은 소리를 창출하고, 통합과 화합의 소리가 되어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이튿날 걷기대회에 참가했을 때는 마을을 지날 때마다 어린아이와 노인들이 길가에 나와 대회 참가자들에게 사탕과 물, 과자, 오이절임 등을 나눠주고 박수도 쳐주면서 격려를 잊지 않았다. 마을을 지날 때에는 마을밴드가, 직장을 지날 때에는 직장밴드가 신나는 연주로 힘을 실었다. 밴드가 없는 시골에서는 라디오에 앰프라도 연결해 음악을 틀어줬고, 개인적으로 기타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격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일들이 모두 축제에 참여하고 즐기는 이들만의 방식으로 오래 지속된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행동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 마지막 날에는 모든 시민들이 나와 결승점에 도착한 사람들에게 꽃다발을 안기며 개선장군처럼 맞는 것을 보곤 이런 것이 진정한 축제의 모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구가 고작 16만명 밖에 되지않는 소도시에서 열린 걷기대회에 참가한 선수가 70만 명이고, 연도에서 펼쳐진 환영퍼레이드에 참가한 인파가 100만명에 이른다고 상상해 보라. 대회에 참가한 선수는 물론이고, 환영 인파는 네이메이시뿐 아니라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전 네덜란드 국민, 전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모인 인파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걷기대회는 걷기올림픽이라고도 이야기하고 있다.

축제는 참여하면서 소통하고, 소통하면서 감동을 주고, 또 감동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리 소재가 빈곤해도 모든 국민이 즐기고, 느끼고, 감동을 받으면 세계적인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기회였다. 맥주나 토마토, 삼바, 소 같이 단순한 소재로도 세계적인 축제로 육성시킨 힘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9월 1일부터 9월 5일까지 원주에서는 강원감영문화제가 열린다. 올해는 학술토론의 날과 개막행사의 날, 관찰사 도임의 날, 관찰사 직무수행 등 일자별로 주제를 정해 진행된다. 특히 9월 5일에는 강원감영문화제의 하이라이트인 관찰사 순력행차가 열린다. 원주를 찾은 전국의 관찰사 후손 1천여명과 행사팀·공연팀 등 2천여명이 장대한 시가지 퍼레이드를 펼칠 예정이다. 전국 아니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행사 종목으로 한국기록원도 세계기네스에 기록될만한 행사라고 평가하고 있는 행사이다. 이는 강원감영문화제가 전국단위 축제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이게 하는 대목이다.

축제는 모든 사람이 즐기는 가운데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축제기간을 휴일로 정해 참여하고, 즐기고, 소통하며 감동을 주고받아야 된다. 모든 원주시민들이 축제를 통해 소통하고, 소통으로 감동을 주고받는 그런 축제가 되어야 한다. 중국의 가장 어려운 학문중 하나인 주역의 주요내용은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 라는 9자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즉, '궁색하면 나 자신부터 변해야하고, 변한다는 것은 다른 모든 것들과 소통해야 하고, 서로가 소통하면 영구하리라'란 뜻이다. 이 문구가 새삼스럽게 축제를 앞두고 떠오르는 것은 우리 강원감영문화제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끊임없이 소통하여 감동을 교환해야 더욱 발전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