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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마을탐구 2부: (17)호저면 산현리(칠봉)
천혜의 자연…신이 내린 선물 '칠봉'
2010년 07월 26일 (월)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 일곱개 봉우리 중 나란히 서 있는 세개 봉우리가 아래 강변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일곱 봉우리가 솟아 '칠봉'으로 더 잘 알려진 마을 호저면 산현리(이장: 원호성 55). '헉헉' 숨이 차 단 번에 넘을 수 없을 만큼 높았던 하우(헐떡)고개를 지금은 완만하게 닦아놓은 도로를 따라 승용차로 넘나든다.

이 마을 주민들이 가장 귀하게 여기는 재산은 천혜의 자연이다. 이렇다 할 문화 유적지나 화려한 구경거리 보다는 신이 빚어 놓은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자연마을이다. 칠봉은 일곱 선비의 행차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전해지고 있는데, 옛날 일곱 명의 장수가 산에 올라 장검으로 내리쳐 일곱 봉우리가 됐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원주의 명소이다.

깎아지른 듯 솟아오른 봉우리는 금강산 봉우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산세가 수려하다, 얼핏 보면 여섯개 봉우리만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일곱 봉이 모두 존재한다. 봉우리를 따라 굽이굽이 휘감은 섬강 줄기가 옥수(玉水)로 흐르고, 계곡과 강, 모래사장이 적당히 조화를 이뤘다. 그래서인지 삼복더위 한 가운데 있는데 햇빛은 따갑기만 할 뿐 불쾌하지 않다.

마을 중심에는 보건진료소와 함께 마을회관이 있다. 이곳을 지나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계곡은 '열녀보'. 열녀암(烈女岩) 앞에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박영호 노인회장은 "열녀보는 이애신(나라를 위해 참전한 용사라고 전해 짐)의 처 김 씨가 남편이 없는 틈을 타서 들어온 도둑에게 욕을 당하자 '이미 더럽혀진 몸으로 어찌 남편을 대할 수 있겠느냐'고 한탄하며 바위 위에서 뛰어든 봇물"이라고 설명한다. 이 여인을 불쌍히 여겨 비스듬한 바위 앞면에 '열녀암(烈女岩)' 석자를 새기게 된 것이다.

   
 
  ▲ 열녀암(烈女岩)이 있는 열녀보. 수심이 깊고 위험해 물놀이를 할 수 없지만 경치는 좋다.  
 

수심이 다른 곳과 달리 상당히 깊다. 거기다가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 바위와 부딪혀 휘돌아가는 지점에 휩싸이면 빠져나오기 힘들어 익사사고가 잦다. 구조요원들이 휴가철 내내 대기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을 가로질러 놓은 산현교 아래쪽 완만한 물 버덩은 물놀이하기 좋은 장소여서 피서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산현교를 건너 왼쪽으로 흙길을 따라 스무 걸음 쯤 걸으면 강 건너 정면에 안방 정도 넓이의 베틀굴이 있다. 원 이장은 "6.25전쟁 때 피난민이 베틀을 짜면서 살았다고 해서 베틀굴"이라고 전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 한 구비 돌면 칠봉교를 만난다. 왼쪽에는 우거진 소나무 아래 야영장이 있고, 계곡물이 적당하게 흘러 물놀이 하기에 적합하다. 오른쪽을 올려다보면 칠봉 중 세 개봉이 보란 듯이 당당하게 서있다. 입이 떡 벌어지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살아있는 산수화라는 표현으론 부족하다. 봉우리 아래에는 또 하나의 계곡이 널찍하게 보를 이뤘다. 튜브를 타고 노는 남자아이와 텐트로 그늘을 만들고 망중한을 즐기는 가족의 모습이 평화롭다.

   
 
  ▲ 칠봉교 옆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이뤄진 야영장.  
 

마을주민들이 주로 벼농사를 짓다보니 논이 들어선 곳에서는 길과 강변이 갈라서기도 한다. 일명 칠봉산 이라고 부르는 봉우리 중 가장 높은 곳은 214.7m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기암 절벽이라 오르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암벽 등반가들이 가끔 봉우리에 오르는데 태장동 일원과 산 너머 횡성, 굽이쳐 흐르는 섬강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 온다고 한다.

여기서 계곡 길을 따라 약 1km 정도 가면 소나무가 울창한 야영지가 나오고, 용곡교, 하용곡교, 상용곡교를 지나면서 물길이 계속 이어진다. 칠봉 유원지는 이렇게 산현리와 용곡리까지 길게 걸쳐 있으며 가는골, 가래골, 고들골, 너러니골, 지체골 등 소박한 이름을 단 골짜기들을 끼고 있다.

   
 
  ▲ 마을어귀 아방궁가든 뒷산에 있는 엄나무.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엄나무로서는 보기 드문 나이다.  
 

원주 원(元)씨 모여살던 마을 

산현리는 원주 원(元)씨가 모여 살았던 마을로 아직도 원주 원씨 성을 가진 주민들이 많다. 이 마을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다는 원현문(87) 씨 역시 원주 원씨다. 나이가 들어 몸은 좀 불편하지만 아내 강태순(85) 씨와 함께 해로하고 있는데다 막내아들 부부의 공양을 받으며 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원현문 씨 집에서 산현교 쪽으로 가다보면 수령 300년이 넘은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크게 그늘을 드리우고 서 있다. 밑동부분이 두 줄기로 뻗어 나와 균형을 이루며 자랐는데 둘 다 둘레가 3.5미터가 넘는다. 이런 느티나무가 지금은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칠봉 서원 터에도 한 그루 있다.

느티나무와 산현교 사이 왼편으로 작은 산봉우리에 있다. 이 소봉(小峰)에는 유적지인 태실비가 있다. 소군산에서 지맥이 흘러 내려와 평지부근에서 가라앉았다가 솟아 나지막한 봉우리가 됐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1994년 이곳에 있던 태실비가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고 한다. 태실은 도굴꾼에 의해 파헤쳐져 태실함과 덮개가 노출됐으나 1996년 환경운동연합에서 마을 주민들과 함께 수습해 태실비는 원형대로 다시 세우고 태실은 묻었다.

지금은 육안으로는 확인이 안 될 정도로 마모된 비문에 의하면 태실의 주인은 1천600년경에 태어난 선조의 왕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추정한다. 태실(胎室)은 옛날 왕족의 태(胎)를 묻던 석실(石室). 태봉(胎封)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태실도감(胎室都監)을 임시로 설치해 이 일을 맡겼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같이 아쉬워 하는것은 칠봉서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 서원터에 남아있던 하마비는 산현초등학교로 옮겼다고는 하는데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없다. 서원을 세울 때에는 분명 목적이 있었을텐데 그 유래나 없어진 연유를 조사해 복원되기를 주민들은 바라고 있다.

새농촌건설운동으로 발돋음
   
 
  ▲ 직장인들이 야유회겸 체육대회를 하기에 적합한 칠봉체육공원.  
 

산현리는 다른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65세가 넘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말이 노인이지 아직도 청년들처럼 의욕이 왕성하다. 지난 3월부터 새농촌건설운동을 시작했는데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날은 마침 원주농협 농산물보관창고 준공식이 있었는데 원 이장은 "아침에 산현1리 주민들이 길가 화단을 정리하고 있더라"며 "알아서 일을 찾아 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뿌듯해했다. 부녀회(회장: 신현자 54) 회원들도 협조적으로 마을회관 청소와 같은 굳은 일을 찾아서 하고, 노인회(회장: 박영호)도 어떻게든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일에 적극 도와야 한다며 마음을 모은다.

농사로 한창 바쁜 여름철에는 마을주민들 생업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피서차량이 몰려든다. 허기회(77) 전 노인회장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어린애들이 왔다갔다하니 사람 사는 것 같아 좋다"며 "하지만 관광지가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이천변에는 3만3천㎡ 규모의 칠봉체육공원이 있다. 원주시에서 조성한 공원으로 여러모로 활용도가 크다.

축구장, 배구장, 족구장, 농구장으로 사용 가능하고, 음수대와 창고, 화장실도 설치해 직장단위 체육대회 겸 야유회 장소로 인기다. 칠봉체육공원을 찾아오는 도시민이 늘면서 원주농협은 농산물 직거래 판매장을 마련하고 마을에 운영권을 넘겨 주민들 소득 창출에 한 몫 톡톡히 한다.

   
 
  ▲ 취재를 위해 마을 주민을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하자 한걸음에 달려와 지난 일들을 이야기 해주신 동네 어르신들.  
 

원 이장은 "작년에 처음 양파를 재배했는데 앞으로 조금만 보완하면 소득 작물로 좋은 성과를 낼 것 같다"며 의욕을 보였다. 또 "칠봉유원지와 잘 만들어 놓은 칠봉체육공원을 활용해 소득증대 방안을 찾고, 방문객들이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을 가꾸기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마을 주민들의 꿈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칠봉이라는 자연 자원을 잘 살리는 것. 칠봉 유원지를 도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부각시키면서도 훼손시키지 않고 잘 보존해 후손에 물려주겠다는 것이다. 또 올해 시작한 새농촌건설운동을 적극 추진해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농촌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하나가 돼 있다.

임춘희 기자hee@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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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개 봉우리 중 나란히 서 있는 세개 봉우리가 아래 강변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열녀암(烈女岩)이 있는 열녀보. 수심이 깊고 위험해 물놀이를 할 수 없지만 경치는 좋다.

마을어귀 아방궁가든 뒷산에 있는 엄나무.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엄나무로서는 보기 드문 나이다.

취재를 위해 마을 주민을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하자 한걸음에 달려와 지난 일들을 이야기 해주신 동네 어르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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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봉교 옆 우거진 소나무 숲으로 이뤄진 야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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