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과 손주일 원주시청 감독.

　원주시체육회 김영민(26)이 국제장애인 육상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또 한번의 감동신화를 전했다.

　지난달 29, 30일 이틀간 튀니지에서 열린 이번대회 100m에서 김영민은 13초13의 기록으로 자신의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소 12초대 기록을 유지해 온 김영민은 이날 스타트 과정에서 실수를 범해 출발이 늦었지만 폭발적인 막판 질주로 가장 먼저 결승라인을 통과했다.

　김영민은 200m에서도 27초09로 2위를 차지했지만 출전선수가 기준보다 적을 경우 1등만 시상한다는 대회규정에 따라 메달을 받지는 못했다. 400m에서는 1분08초02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다.

　김영민은 "부산아시안게임에 이어 8년만에 참가한 국제대회였기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금메달을 획득해 너무나 기쁘다"면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기록으로 메달을 목에 걸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부터 김영민을 지도해 온 원주시청 손주일 감독은 "일반인들도 쉽지않은 음식과 시차적응 문제 등을 극복하고 따낸 값진 메달"이라며 "영민이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주위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맘 편히 운동만 할 수 있었으면…"

  김영민은 누구?

　김영민(26·명륜동)은 한국 장애인 육상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가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와 방황의 시간이 있었는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뇌변병 복합장애 1급인 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원주청원학교에 재학중이던 지난 2002년부터. 고교생으로 부산아시안게임 200m와 400m에서 두개의 동메달을 획득하자 주위의 관심이 높아졌다.

　장애의 아픔을 딛고 트랙 위에서 희망을 찾던 그는 2004년 전주에서 열린 제2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100·200·400m에서 모두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한다. 비록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제12회 아테네장애인올림픽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 주위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불운의 시작은 생활고였다. 어려운 집안 살림에 운동에만 전념할 수 없어 식품회사에 취업한 것이 화근이 됐다. 입사 6개월만에 손가락 네 곳이 절단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봉합수술을 했지만 예전같은 모습을 되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요즘도 사람들과 악수하길 꺼린다.

　사고 후 잠시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다시 달려야 겠다'는 결심으로 돌아 온 원주종합운동장 트랙. 소속 팀도 없고 지도자도 없이 주먹구구식 개인훈련이지만 열심히 땀을 흘렸다. 그 과정에서 때마침 원주시청 감독으로 부임한 손주일 감독과 운명적인 만남을 한다. 손 감독은 그에게 다양한 육상기술을 전수하며 큰형처럼 용기를 북돋웠다. 김영민이 소속팀이 없어 대회출전에 어려움을 겪자 원주시체육회에 적을 둘 수 있도록 도운 것도, 시합경비나 트레이닝복이라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체면 불구하고 이쪽 저쪽 뛰어다닌 것도 모두 손 감독이다.

　그 결과 김영민은 2008년 제2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100m와 200m에서 2관왕을, 지난해 29회 대회에서는 3관왕을 차지한다. 지난 5월 열린 제4회 전국장애인종별육상경기대회에서도 100m와 200m, 400m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3관왕에 올라 장애인육상 단거리 종목에서 국내 1인자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지금도 장애인 육상선수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지원이나 후원이 전무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애인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지금까지 고생한 어머니께 무척 죄송하단다. 전국대회와 아시안게임에서 수많은 메달을 땄지만 집안살림은 여전히 어머니의 몫이다.

　김영민은 "이번대회 성적을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을 얻었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면 늘 불안하다"고 말한다. 손주일 감독은 "일부 지자체의 경우 체육시설 관리직에 장애인 선수를 채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훌륭한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 할 수 있도록 후원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