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신에 의해 처음 창조된 인간은 남녀가 분리되지 않고 한 몸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인간이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에게 도전하는 인간을 두려워하여 그 능력을 약화시키려고 남녀를 분리 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를 아끼고 힘을 합쳐서 살면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든 예술은 사랑의 결과요, 사랑의 승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은 아름다움을 낳는다. 모든 종교와 철학은 사랑의 실천을 가르친다. 사랑은 위대한 생명을 낳고, 또 희망을 낳는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우리가 지금 빈손으로 있다고 해도 사랑을 가졌으면 행복할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렇게 귀한 사랑이 때로는 비밀 속에 간직되기도 한다. 그 만큼 소중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때로는 질투 속에 간직된다. 그 만큼 부러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때로는 눈물과 한숨 속에 간직되기도 한다. 그 만큼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랑은 때로는 초월적인 삶 속에 간직되기도 한다. 그것은 목숨보다도 고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하고 간절함 속에 우리들은 사랑의 결실을 맺어서 부부(夫婦)가 되었다.

조선 시대에는 신랑, 신부가 결혼식장에서 배우자를 처음 본다고 한다. 배우자가 불만족스러워도 운명으로 인식하고 그냥 저냥 살아왔다. 그렇게 맺어진 부부 일지라도 수 천만번의 인연이 결합되어 부부가 된다고 한다. 오늘날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결혼을 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맺어진 귀한 부부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 재미없는 진부(陳腐)한 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우문(愚問)이다. 당연히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야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기에 부부애를 고취시키기 위한 수많은 가르침이 있고, 행사가 있겠지. 두란노 아버지 학교, 어머니 학교를 개최하고 그 수료자들이 모임을 만들어서 부부애와 가정을 올바로 지키고 가꾸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그 좋은 예라고 하겠다.

세상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언제나 처녀 총각들만이 주인공이어야 할까? 처녀 총각들의 사랑이 결혼으로 이어지기만 하면 그 다음의 인생은 주목해 볼 가치가 없다는 걸까? 연애할 때처럼 애틋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 갈 수는 정말 없는 걸까?

사랑에 빠지면 행동이 느려 진다고 한다. 그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시계에 자주 눈길을 주며 연인을 만나기로 한 시간이 빨리 오지 않음을 답답해한다. 그리고 가끔 멍하니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기도 하며 놀랍게도 얼굴이 예뻐지고 형체도 아름답게 변해 간다고 한다. 그러니 사랑은 한 사람을 무한한 변화를 겪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녀간에 가슴 뛰던 사랑도 대부분 18~30개월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의 감정이 변하는 이유는 남녀가 만난 지 2년을 전후하여 대뇌에 항체가 생겨 사랑의 화학물질이 더 이상 생성되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1) 그런데 예전 사람들(고전문학 작품의 주인공)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현대인보다 아주 길었나보다.

그런 이론으로 본다면 필자는 고전적 마인드를 갖고 있나보다. 인체과학으로도 해명이 되지 않는 고귀한(애들이나 쓰는 이모티콘 문자를 쓰지 않을 수가 없네. ㅋ ㅋ) 낯간지러운 얘기를 더 하면 출처 불명의 돌이 날카로운 견제구처럼 날아올지도 모르니 그만 해야겠다. 중요한 것은 황정순 님의 시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 보고 싶어'를 가만히 읽어 보면 처녀 총각들만이 아름다운 사랑의 주인공이 결코 아니라는 느낌을 공감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원주지역의 부부축제위원회(회장: 김영하)에서는 부부애(夫婦愛)를 고취시키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한다. 이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여 아름다운 문화가 되어 지역을 넘고, 국경을 넘고, 시대를 넘어서 온 누리에 사랑의 꽃으로 피어나가를 바란다. 

*주1. 「고등학교 한문」 신표섭 외 7인 공저 대학서림 2009년 서울 P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