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복지기관의 임대지원사업으로 운영되는 할머니 집에 세 들어 사시는 한 할머니가 병원에 오셨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동생과 함께 한 집에 사시는 할머니가 제일 행복해 보인다고 했더니 할머니는 한참 신세타령을 하셨다.

아들이 개인택시를 하고 며느리는 식당에 다니고 있는데 빚을 지고 있어 모든 식구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하신다. 아들집의 사정이 점점 더 어려워져 집도 팔고 택시도 팔아야 빚을 갚을 것 같다고 하시며 아들이 있지만 아들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노령연금 8만여 원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하시며 한탄하신다.

지금 살고 계신 집의 월세 5만원을 벌기위해 동생과 매일 고물 박스를 줍고 계신다. 할머니는 허리가 아파서 유모차에 의지하지 않으면 다니지 못할 정도인데도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지난달에는 약값이 없어 며칠 뒤에 드렸다고도 하신다.

어느 무료급식소에는 하루 백여 명의 어르신, 장애인, 노숙인 등의 어려운 이웃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몇 년 전 통계에서 이들 중의 30% 정도가 이곳에서의 한 끼 식사로 하루를 지내는 것으로 나왔었다.

노숙인 쉼터에는 사업에 실패해서 부채가 많아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피해 다니기 위해 몇 개월째 쉼터에 계신 분이 있다. 현재 주민증이 말소되어 있는데 수급권을 받기위해 주민증을 만들면 채권자들이 벌떼 같이 몰려온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로 부터의 기초생활보장수급권 혜택도 받지 못하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여 쉼터에 있던지 노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정부 복지서비스의 사각지대에서 하루하루를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이웃들이 많다. 지난 시장선거의 주된 공약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자본 경쟁에서 밀려 소외된 사람이 증가하고 여러 분야에서 불평등은 심화되게 되어있는데 시정 책임자는 이러한 불평등 해소와 소외된 사람들의 복지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불평등이 심한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복지 실천현장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시장 당선자에게 당선을 축하하며 몇 가지 바라는 바를 적어본다.

1) 현재 생활이 어렵지만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수급권 기준에 해당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기준을 완화하였으면 한다. 부양가족의 경제적 능력과 부양실태를 세심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현재의 생활정도가 수급권 발급의 기준이 되어야한다.

2) 사회복지예산의 편성과 사후 사업 평가에 민간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예산 집행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는 주민참여예산제와 성격을 같이한다.

3)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봉사활동을 활성화, 체계화 시켜야 하는데 그 이유는 정부복지예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고 또한 현대사회에서 자원봉사활동은 중요한 사회 자원이 될 것이며 다양한 사회복지 욕구에 대한 해결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 공공 및 민간사회복지의 연계체계의 활성화가 필요한데 이는 사회복지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방법이 된다.

결국, 선거 유세 때 보여주었던 겸손, 친절, 열정의 초심을 임기 끝까지 가지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마음 따뜻한 시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