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선거 격전 가운데서 영예로운 당선자로 생환한 여러분들에게 뜨거운 환영과 함께 마음 가득 축하를 드립니다. 아울러 선전한 보람도 없이 낙선하신 여러분들께도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드립니다.

선거는 폐단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주기적으로 국정을 평가하여 방향을 잡아주고 숨을 고르게 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풀고 더욱 성숙해지기 때문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길을 가는 사람이 도중에 오아시스를 만나 갈증을 풀고 새 힘을 충전하는 것처럼 선거도 바로 그런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점은 승자와 패자가 엄연히 존재해 갈등과 경쟁, 분열이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역사가 도전과 응전의 갈등 사이에서 만들어진다면 이것도 폐단만으로 몰아붙이기엔 너무 가치가 많다고 아니할 수 없군요. 문제는 이런 것들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사회 안정을 깨는 데 까지 이르지 않도록 봉합과 융합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선거의 주역이었던 낙선자나 당선자가 손잡고 솔선수범하기를 바랍니다.

승자의 아량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여러분들은 7월 1일부터 당선자 꼬리표를 떼고 당당히 시장, 시·도의원으로 임무를 개시하게 됩니다. 필자는 이런 여러분들에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 앞으로 공직수행에 도움이 될 몇 가지 참고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원주를 정말 잘 아는 공직자가 되어 달라는 것입니다. 그간 선거토론회와 홍보물을 통해 살펴본 바로는 수박 겉핥기의 아주 미흡했다는 소감입니다. 원주를 속속들이 모르고 어떻게 시정과 의정을 기획하고 집행 할 수 있겠습니까. 치악산도 올라보고, 조엄 선생, 장일순 선생 묘소, 민긍호 의병장 묘소도 참배하며 장구한 역사 속에 면면히 흘러오는 원주의 얼이 무엇인가 고뇌하며 궁구해 보십시오. 역사 없는 오늘과 오늘 없는 미래는 있을 수 없습니다.

감영문화제 위원회가 운영하는 감영문화 학교에 시장 당선자를 비롯한 여러분이 등록하여 5백년 감영문화를 더듬어 옛 선인들의 숨결을 느껴보십시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한다)의 지혜와 명철을 얻게 될 것입니다.

21세기는 문화세기라고 합니다. 이 말은 곧 21세기 경쟁력은 창의력에서 나온다는 말로 바꿀 수 있습니다. 문화가 흐르는 시정과 의정이 왜 필요한지를 웅변해 주는 구호입니다.

문화는 곧 창의력의 모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원주를 경쟁력 있는 도시로 가꾸자면 문화가 기조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문화를 중시하는 문화시장, 문화의원의 출현을 기대해 봅니다. 또한 감동과 꿈 그리고 높은 이상을 심어주는 시정과 의정도 갈구해 봅니다.

조선조 오리 이원익 재상처럼 자신을 대할 때는 추상같이 엄격하고 시민에겐 자애롭기 한이 없는 공직상, 그 얼마나 멋져 보이겠습니까(對己秋霜 對人春風). 그동안 우리는 실망스런 일을 너무 많이 봐 왔습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더욱 자신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구 선생님이 즐겨 인용하시던 시구가 생각나 여기에 옮겨 봅니다.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오늘 내 발걸음이 먼 훗날 사람들에게 길이 된다는 뜻입니다. 뒤집어 보면 잘못된 내 발걸음이 따라오던 사람을 잘못 가게 만든다는 말입니다. 특히 공직자들께서 마음에 담아야할 글귀인 것 같습니다. 여성, 환경, 인권 등 과거에 없거나 소홀했던 개념들이 새로운 정치영역에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다룰 수가 없습니다. 밤늦게 까지 도서관에 앉아 공부하고 책 읽는 시장과 의원상을 그려봅니다. 얼굴 알리기 위해 모임에 쫓아다니는 시간을 공부하는데 과감히 투자해보십시오. 시민들의 박수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당선소감과 포부, 시민과의 약속 등이 작심삼일이 아니길 바랍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과 의정을 펼칠 때 여러분들은 분명 성공적인 시장과 의원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시 한번 당선을 축하드리며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