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비리로 물러난 김문기 씨의 재단 복귀 문제로 상지가 비상상태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 11일 도내 2개 일간신문에는 상지여중·고교 교직원 82명의 이름으로 김문기 씨를 지지하는 광고가 큼직하게 났다. 그동안 김 씨를 지지하는 수많은 광고가 있었지만 광고주 실명을 밝힌 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의외다. 그런데 광고내용이 황당하다. '강원도민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해 나가고 있습니다'라는 제목과 달리 김 씨를 두둔하고 김 씨가 아무런 비리도 없고 정말 훌륭한 교육자인 것처럼 떠받드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김문기 설립자가 그들이 말하는 사학비리자 였다면 바로 그 김문기 설립자가 똑 같이 경영하는 우리 학교법인 상지문학원 상지여중·고가 이같이 투명한 학교경영을 인정받아 명실상부 강원도 중등교육의 최고법인' 운운하고 있다. 상지여중·고 경영을 이렇게 잘하고 있으니 상지대 경영도 마찬가지로 비리 없이 잘했을 것이라는 논리다. 그리고 상지대가 김 씨를 '비 교육자적 대명사'로 운운하는 것은 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면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어 이런 광고를 낸다는 것이다. 또 평생을 육영사업에 몸바쳐온 김 씨가 상지대로부터 더 이상 왜곡 매도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대로 황당한 내용이 한 둘이 아니다. 우선 당사자 김문기 씨 재단에 속한 직장(상지여중·고)에서 녹을 먹는 사람들이 김 씨를 감싸거나 칭찬하고 있는 점이다. 집안 식구끼리 자기 집 가장을 칭송하는 자화자찬의 모양새이다. 또 재단복귀 문제로 시끄러울 때 왜 그런 광고를 냈느냐 하는 것도 광고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래 잘한 일이 있더라도 자기 입이 아닌 타인의 입을 통하여 회자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다. 선행을 자기 입으로 떠벌리면 그 선행은 그 순간부터 가치가 폭락한다. 성경에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한 것은 바로 그런 뜻이며 선행은 언젠가 타인의 입을 통하여 알려지는 것이 순리다.

광고에선 특히 '비 교육자적 대명사'라고 보도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만약 그 광고내용이 옳다면 김문기 씨는 징역도 살지 않았어야 하고 학교에서 물러나지도 않았어야 한다. 또 김 씨를 구속하고 재판한 대한민국 검찰이나 법원은 정말 나쁜 기관이 된다. 광고에는 김 씨를 학교 설립자라고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 홈페이지에 보면 '1974. 3.1 설립자 변경 김문기 이사장 취임'이라고 돼 있다.

즉 김 씨가 최초 설립자가 아니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설립자 변경이 가능한 일인가? 가능하다면 설립자는 둘도 되고 셋도 넷도 된다. 상지여고는 1966년 강정근(작고) 씨가 설립한 성화여상의 후신으로 김문기 씨가 구 원주대학(청암학원)과 함께 인수한 것이다. 그후 청암학원을 상지학원으로 성화학원은 상지문학원으로 각각 개명했으며 상지대 비리문제가 터졌을 때 법적으로 각각 별도의 학교법인임으로 화(?)를 면한 것이다. 이런 내용은 원주에선 널리 알려진 것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그런 광고를 낸 상지여중·고 교직원들은 학생들에게 진실을 가르친다고 자부할 수 있나? 스승의 날이 며칠 전 지났다. 한때 단순히 교단에서 가르치고 배웠다는 인연만으로 스승이라 할 수 있는가? 진실을 제대로 가르쳤느냐가 중요하지 않은가? 학생들도 교직원들이 돈을 모아 낸 광고를 보았을 것이며 필자의 이 글도 보는 학생이 있을 것이다. 그런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정말 참 스승이라고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광고를 낸 경위가 어떠했는지 또 82명 모두가 모여서 합의를 했는지 모르지만 사람의 이름에는 자존심과 명예가 담겨 있다. 상지여중·고 교직원들에게도 자존심과 명예가 있을 터인데 이번 광고에 진정 그런 것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