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수 없이 많은데, 왜 하필이면 외국인 근로자들을 돌봐주어야 합니까?".

약 5년간 '함께하는 공동체'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을 형편껏 돌보면서 힘이 부칠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손을 거들어주실 것을 부탁드리면 듣는 질문이지요. 그렇습니다. 이 사회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참 많이 계십니다. 독거노인, 결식아동, 결손가정, 고아, 시각 장애우, 청각 장애우, 다문화가정, 그리고 노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들은 나름대로 이들을 돌보거나 보살피는 기관과 단체와 사회복지 체계가 구비돼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유일하게 철저히 소외돼 있고 고립돼 있는 집단이 바로 외국인 근로자 집단입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맡고있는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고싶지 않아서 내팽겨진 일들입니다. 화학개스 냄새로 가득차서 숨쉬기조차 힘든 화학공장, 무거운 짐을 하루 종일 날라야하는 중노동 현장, 한겨울에도 땀이 뻘뻘 나는 고온 다습한 작업 현장, 온갖 산업 폐기물과 쓰레기를 치우는 궂은 일을 묵묵히 감내해내는 사람들이 외국인 근로자들입니다.

게다가 이들에게는 근로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직업 선택의 자유도 거의 없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일방적으로 노동력을 착취당하거나 인격적으로 홀대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인격적인 대우와 임금을 받을 권리, 건강을 유지할 권리 등은 보호받아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들 한 분 한 분마다 우리에게 있어서 귀한 외교적 사절의 역할을 해줄 중요한 자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름한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잠재적인 경제적·외교적 가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3년이나 5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마치고 고국으로 귀국하면 그들은 그곳에서 지역 유지이자 여론 주도층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필리핀, 중국,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각국의 중산층으로서, 자영업자로서, 사업자로서, 엘리트 공무원으로서 그 나라의 정치,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지요. 불과 오십년 남짓한 이전 세월에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외국인 근로자' 역할을 하면서 고생스럽게 소정의 과정을 마친 후에 귀국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온 것을 생각하면 되지요.

실제로 원주·문막 지역의 '외국인 근로자'의 자질도 매우 뛰어난 분들이 많습니다. 파키스탄에서 온 어떤 청년은 본국에서 최고의 대학을 장학생으로 졸업하고 영국의 유명 대학원에 입학 허가를 받아놓은 상태에서 학비를 벌기 위해서 3년 예정으로 취업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는 앞으로 늦어도 20년 이전에 파키스탄의 중요한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핵심적인 주요 인사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학문적 기반이 없는 경우에도 그들 본국에서의 차후 위치는 중요하고 큽니다. 한국에서 쌓은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그 사회에서 경제활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게 됩니다. 한국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단계에서부터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나 씨족 사회에서 가장 젊고 튼튼하고 똑똑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들 위주로 가문의 성패를 짊어지고 선발되어 한국으로 파견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귀국 후 그들의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년 후의 외국인 근로자들의 그 사회에서의 위치를 생각해봅시다. 파키스탄에서, 중국에서, 인도네시아에서, 필리핀에서 그리고 베트남에서 중소기업체 사장, 공무원, 경제기획원 과장, 슈퍼마켓 사장, 한국 관련 수출입 업체의 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들에게 오늘 하루 베풀어 드리는 설날 떡국 한 그릇이 20년 후에 수십만 원짜리 음식 대접보다도 훨씬 우리 자녀와 후배들에게 귀한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외로움 속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따뜻한 인사와 함께 서로 친구가 되어준다면, 십년 후 혹은 이십년 후에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 그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그 곳 사회에서 우리의 일을 도와주는 귀중한 친구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손님맞이에 후덕한 우리의 관습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을 따뜻하게 돌보아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