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김문기 씨가 상지대(구 원주대학)를 인수할 때와 재단비리로 물러날 때 모두 현직에서 지켜보았다.

　김 씨가 물러나기 전에는 상지대 교내에 '족벌재단 타도' 등 재단을 비난하는 대자보가 교내 곳곳에 가득했다. 한 두 해도 아니고 10여 년 동안 거의 1년 내내 그랬고 늘 음침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김 씨가 물러나는 과정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1992년 11월 중순 치악체육관에서 김영삼 민주자유당(한나라당 전신) 대통령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강원도당 당원 단합대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1만 당원이 참석했다고 뽐냈다. 이 자리에 김문기 씨는 도당위원장 자격으로 김영삼후보 바로 옆에 자리했고 김후보와 두 손을 치켜 올리는 필승 세레머니로 대회의 절정을 장식했다. 그러나 다음달 12월 초순 김영삼 씨가 대통령후보로 정식 등록하고 다시 찾아온 원주천 쌍다리 유세현장에는 도당위원장 김문기 씨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11월 체육관행사 때 김 후보가 원주여론을 파악하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김 씨를 배제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3개월 후 1993년 3월초 김영삼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숙정(肅正) 1호로 김 씨가 전격 구속됐다.

　김문기 씨가 떠난 상지대는 임시이사가 파견되고 목사출신 고 김찬국 총장 체제가 가동되면서 평온해졌다. 그리고 한완상, 강만길, 김성훈, 유재천 총장으로 이어지면서 학교모습이 나날이 달라졌다. 17년간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 왔지만 과거 김 씨 시절과 달리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학교 분위기 뿐 아니라 시설확충과 우수 교수채용 그리고 학교발전기금도 수십억 원 마련해 놓았다고 한다. 별도의 재단 전입금 없이도 충분히 좋은 학교를 만들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2010년 대학별 시간강사 강의료 지급단가'에 따르면 상지대가 전국평균 3만6천400원 보다 훨씬 높은 6만4천300원으로 전국 1위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5만3천200원으로 전국 7위. 김 씨 시절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이다.

　김 씨의 재단복귀가 코앞이라고 한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재단이사장 선출권을 갖는 상지대 정이사 9명 가운데 5명을 과거 비리재단 인사로 구성하도록 하여 김 씨에게 복귀할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과거 너무나 몰상식한 현장을 많이 목격한 필자는 원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과거 악몽 같은 기억이 되살아 나 절로 한숨이 나온다. 정말 이건 아니다.

　대학의 모든 구성원들이 김 씨의 복귀를 결사반대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이에 합세하고 나섰다. 1980년 5월 초 이른바 서울의 봄. 김 씨가 학교에 들어갔다가 학생들에게 붙들려 학교발전 약속 등을 요구받으면서 1주일여 동안 사실상 감금당한 일이 있다. 5.18 광주민주항쟁으로 계엄령이 확대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 후 김 씨는 일요일과 방학 등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날에 주로 학교를 출입했다. 김 씨가 다시 복귀한다면 정상 출입을 할 수 있을지?

　비리 혐의로 징역을 살고 나온 김 씨는 현재까지 원주시민에게 진솔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필자가 한숨이 절로 나고 이건 정말 아니라고 한 것은 바로 김 씨의 행적 때문이다.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억울하다는 것이다. 김 씨를 지지하는 수많은 단체들의 그 많은 신문 광고비를 누가 감당했는지? 또 정말 그런 단체가 있는지? 모든 것이 비리재단 시절의 그 음침하고 투명하지 않은 행태와 흡사하다. 지금도 김 씨는 상지대 설립자 행세를 하고 있다. 그의 명함이나 유인물 그리고 각종 편지봉투에 그렇게 적혀있다.

　상지대 설립자는 김 씨가 아니라 구 원주대학 설립자 원홍묵 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있다. 김 씨는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상지대 문제는 단순히 학교 재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원주시민의 문제이기도 하다. 암울했던 70년대 과감히 독재정권에 맞서 반체제 민주화의 횃불을 들었던 원주시민의 그 정의는 지금도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