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농악의 큰 어른 박희완 옹이 지난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고 박희완 옹은 80년 동안 태평소 연주 외길 인생을 걸어 온 인물이다. 지역 내에서도 이름 석자보다 '태평소 할아버지'로 통했다.

　1926년 고향인 흥업면에 찾아온 풍물패의 연주를 보고 태평소와 인연을 맺은 것이 그 시작이다. 농사일을 하면서도 인근 사찰의 49재나 마을 행사에서 틈틈이 태평소를 연주했으며 마흔이 넘어서는 풍물단과 함께 전국을 누비며 전국 태평소 명인들의 절기를 전수받아 자신만의 가락을 만드는데 열중했다.

　1979년 69세의 나이로 행구동 농악단과 함께 제1회 강원민속예술축제에 출전, 태평소 개인부문 3위를 차지한데 이어 93년과 94년에는 개인상과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KBS사장기 민속 농악 경연대회에서도 2년연속 우수상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우리 가락에 대한 열의와 노력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90세가 넘어서까지 해마다 강원민속예술제와 강릉단오제에 참가하는 한편, 원주시노인복지대학에서 태평소를 지도하기도 했다.

　원주아리랑인 '어리랑'이 현재까지 전승될 수 있었던 것도 고인의 역할이 컸다. 박 옹에게 어리랑을 전수받은 소래국악예술원 남강연 원장은 "당시 가사는 전해졌지만 부를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사장될 위기에 있던 어리랑을 유일하게 기억하고 있던 분이 박 옹"이라며 "언제까지나 건강한 모습으로 원주의 전통 소리와 가락을 이어주실 것으로 알았는 데 너무 안타깝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유족과 주변 지인들은 100수를 앞둔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 않게 건강했던 박 옹은 즐겨 타던 오토바이를 2년 전 잃어 버리고 최근 경로당에서 불편한 일을 겪은 후 바깥 출입이 줄면서 의기소침했다고 전한다.

　장례식은 지난달 25일 치러졌으며 흥업 밤골에 있는 선영에 안장됐다.

　 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