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설가 루쉰이 들려준 옛날이야기 하나 하겠습니다.

'옛날 어떤 집에서 아들을 얻어 집안이 온통 축제 판이었단다. 만 한 달이 되어, 잔칫날 손님들에게 아이를 보였겠지? 물론 덕담을 들으려고 말이야. 그날 온 손님 가운데 한 사람이 애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지.

"우와, 이 아이는 크면 부자가 되겠는데요." 부모는 이 말을 듣고 무척 고마워했지.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말했단다. "이 녀석, 크면 높은 벼슬을 하겠습니다." 주인도 답례로 그에게 덕담을 해주었지. 그런데 다른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단다. "이 아이는 분명 죽을 겁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를 죽도록 때렸지. 사람이 죽는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부자가 되거나 벼슬을 할 거라는 건 거짓말일 수도 있지. 그런데 거짓말은 좋은 보답을 얻었고, 진실은 죽도록 얻어맞은 셈이지'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선거일은 거짓말쟁이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사람을 뽑는 행사이거나 놀러가는 날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말합니다. 후보자들이 선거 때는 머리 숙이더니 선거만 끝나면 고개가 빳빳하다고. 뽑아 놓으면 거짓말이나 하고, 부정한 짓을 해서 감방이나 간다고요. 정치는 더러운거라구요. 환멸을 느낀다고요. 그래서 투표를 하지 않는다고요.

그렇습니다. 투표를 안 하는 것도 유권자의 권리입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이는 이기주의적인 행동입니다. 투표는 내가 하는 행동이지만 그 안에는 나의 생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부모, 가족, 이웃, 단체, 지역 등의 가치와 미래도 포함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의 권리이면서 동시에 민주주의 시민이라면 마땅히 행해야 할 의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투표를 하고 싶어도 마음에 드는 후보자가 없다고 말입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극단주의적 행동입니다.

민주주의는 여러 대안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최선의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차선,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투표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자신의 의도와 관계없이 최악을 선택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표하실 때 이것 하나만 기억해주시면 안 될까요? 선택의 기준은 각자 다릅니다. 하지만 개인 연고 중심보다는 우리가 바라는 가치와 미래를 위해서 투표를 해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원주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시민사회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보고자 합니다. 4대강 사업, 골프장 건설 등 환경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후보. 우리 아이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를 하겠다는 후보. 여성·장애인·노약자 등을 정책에 우선 배려하겠다는 후보.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보다는 꼴찌도 당당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후보. 투표하실 때 이런 후보자들을 선택해주시면 우리가 사는 원주가 좀 더 살기 좋은 동네가 되지 않을까요?

6월 2일은 지역일꾼(도지사·시장·도의원·시의원)과 교육일꾼(교육감·교육위원)을 우리 손으로 만드는 날입니다. 진실이 죽도로 얻어맞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렇다고 거짓을 선택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우리 아이들과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서 꼭 투표해주시고, 그리고 제대로 선택해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