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 일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별로 할 말도 없다"며 수차례 인터뷰를 사양한 오숙자(71) 씨.

명륜종합사회복지관(관장: 현각 스님)에 일주일에 한 번 나가 치매나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씻기는 목욕봉사를 하고 있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며 일손을 돕는 주방봉사를 하다 목욕봉사로 옮긴 지 5년이 넘었다. 본인은 한사코 한 일이 없다고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남의 몸을, 그것도 성치 않은 사람의 몸을 씻긴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오 씨는 "제 몸을 씻지 못하는 그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남을 도울 수 있는 건강과 그런 자리를 마련해 기회를 준 복지관에 감사할 뿐이다"고 오히려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누구나 나이가 들고 늙을 것이며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살다가 저 세상으로 간다고 보장할 수 없지 않냐?"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렇다. 젊고 건강하며 부족한 것이 없이 살 때는 소외된 곳, 음지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흘러 젊음은 오래가지 않으며 건강과 부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오 씨는 몸소 느끼며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녀 장보혜(47) 씨도 어머니의 모습 속에서 많은 배움을 얻는다.

출가해 타지에 나가 있으면서도 어머니처럼 살기위해 봉사활동에 참여한다고 했다. 자녀에게 봉사하는 마음을 물려주는 것이 재산을 물려주는 것과는 그 가치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재산은 금방 없어질 수도 있지만 봉사를 통해 전달된 부모의 마음이 자식의 마음에서 사라지진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 마음들이 대를 잊는다면 이 사회는 생각이 건강한 사람들로 채워지지 않을까 싶다.

1녀3남을 모두 출가시키고 교직에서 퇴임한 남편 장세응(80) 씨와 단둘이 일산동에서 살면서 법웅사에 나가고 있는 불자이다. 법웅사 여신도회에 소속돼 교도소 위문과 군인 위문 등 그것이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다 보니 보람을 느낄 때도 많다.

자신을 돌보지 못해 몸에서 냄새가 나는 분들을 씻기면서 불쾌감을 갖기보다 좀 더 편리하고 따뜻한 곳에서 씻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씻기는 사람은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춥지 않지만 옷을 벗고 물속에 있어야 하는 사람은 추울 것 같아 늘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난방이나 온수 등 목욕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에서 묵은 때도 벗겨주고 싶은 것이 오 씨의 진심이다. 거실 벽에 가족이 모두 한복을 입고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장남 장일규(45) 씨만 원주에 살고 있고 장녀, 차남 태규(43) 씨, 막내 용운(38) 씨는 타지에서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맡은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말하는 오 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자식은 생각만 해도, 말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인가 보다. 명절이나 연휴, 휴가 때가 되면 이들 가족이 모두 모여 사진 속 얼굴처럼 활짝 웃으며 정을 나눌 것이다. 

오 씨는 "자식들이 아무 사고 없이 잘 살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라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은 계속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