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의회에 있을 때 독일의 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환경이 이 시대의 화두이긴 하지만 그때 역시 환경문제가 중요한 의제이긴 마찬가지였다.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남부 자그마한 도시이긴 했지만 세계적으로 환경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가장 모범적인 도시들 중 하나였다.

프라이부르크를 방문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태양열을 이용한 열에너지 활용문제라든지 풍력에너지 자원화라든지 혹은 생태하천의 조성 등 다양한 환경 문제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지만 프라이부르크의 도심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

그곳 도심의 규모는 거의 원일로, 중앙로 등 원주도심과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일단은 일정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든 도로가 차없는 거리로 조성되어 있었는데 단지 그곳 도심에는 느릿한 전차가 도로를 운행하고 있었고, 누구든지 언제든지 어느 곳에서든 타고 내리고 할 수 있게 하였고 도심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전차와 연결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도로 양옆에는 인근 흑림이라는 숲에서 내려오는 물을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그리 크지않은 수로를 만들어 물소리며 전차소리며 자전거 그리고 도보로 걷는 등 도심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예쁘게 꾸민 상점이나 카페마다 쇼핑하려는 사람들과 여유있게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도로마다 집마다 상점마다 숲이 아닌지 할 정도로 많은 나무와 꽃들이 심어져 있었고 특히 자전거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대부분이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었다. 공기도 깨끗하고 주변 상점들도 예쁘게 꾸며지고 자그마한 수로가 흐르고 많은 나무숲 사이로 낭만적인 전차가 다니는 이 도시를 내가 살고 있는 원주에 옮겨놓고 싶은 간절한 소망을 품게 되었다.

지금 원주의 도심은 일명 공동화라는 슬럼프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잦은 택지 개발로 인해 새로운 택지와 아파트와 상가들이 새롭게 조성되고, 그때마다 상권이 변화되고 이동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원스톱 쇼핑의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마지못해 힘겹게 버티고 있는 전통시장은 이제 그명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민간차원의 중앙시장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봤으나 여러 가지 여건상 더 이상 추진이 어려운 형편이다. 그나마 중앙로 일정구간을 차없는 도로로 조성한 것이 조그마한 희망을 갖게 한다.  

원주도심을 프라이부르크와 같이 장기적인 계획으로 그렇게 바꿀수는 없을까. 도심 주변에 주차장을 조성하고 평원로와 원주천옆 도로를 외곽도로로 활용하고 도심을 차없는 도로로 모두 바꾸고 나무도 많이 심고 중앙시장, 자유시장을 너무 욕심내지 말고 적당한 높이로 예쁘게 르네상스식 건물로 짓고 또 공간이 있다면 광장도 조성하고 강원감영도 고풍스럽게 연결하고…. 전차길을 만들어 전차를 다니게 하고 폐선되어지는 중앙선 철로를 활용해 도심에서 신림으로, 문막으로, 흥업으로, 시청으로 연결하고 또 치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끌어내려 도심 양옆에 실개천(수로)도 만들고 벤치도 만들어놓고 주변 상점들도 나름대로 예쁘게 리모델링하고….

생각만으로도 나가고 싶은 도심이 되지 않을까? 도시 재생이란 기존에 있는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에 새로운 콘텐츠를 입히고 새로운 발상을 통해 다른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도심 공동화를 대처하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제안해보면서 프라이부르크의 꿈의 실현을 염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