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어떻단 말이야? 의존해서 독립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애? 얼마든지 선례가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불이 붙었다! 신나게 불이 붙었어! 사방 팔방 상하 구별 없이 다 나섰다! 경찰서 면사무소가 시위 군중에게 마구 밟히고 곳곳에서 습격이야! 그리고 오늘은 경전이 파업에 들어갔다! 용산인쇄소! 철도국! 연초회사! 모조리 파업이야! 상현아!"
　"응"
　"오늘은 왜 맥이 없어! 좀 떠들어"
　"어쩐지 떠떠미지근한 것 같아서 말이야."
　"뭐가!"
　"해외반응 말이야."
　"아직 일러! 좀 두고 봐야지. 그보다 국내에서 운동이 장기화되고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반응이야 운동이 지속되고 확대되는 데 따라서 나타나는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렇게 생각 안 하다니?"
　"윌슨의 민족자결 선언을 일률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가."
　(중략)
　"지역과 상황에 따라서… 윌슨이 재강(再降)한 구세주는 아니거든, 그도 정치가야. 또 사실 이번 전쟁에 미국이 주역도 아니고."
　"그러니 어떻단 말이야? 의존해서 독립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애? 얼마든지 선례가 있지 않느냐는 말이다. 우리 힘으로 하는 거야, 우리가 힘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에 불이 붙어 타오르게 하면 되는 거야. 민족자결주의고 개나발이고 떡 조각 나누어주듯 할 상싶은가? 나는 숱하게 나오는 그놈의 선언문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어. 아니꼽단 말이야, 평화적으로? 평화는 무슨 놈의 평화야. 왜놈이 조선을 들어먹을 때 평화적으로, 제에기 도적놈이 평화적으로 남의 물건 빼앗었다는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다."
　(중략)
　"너무 달콤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애. 미국의 대통령 윌슨만큼이나."
　<토지 3부 1권 제1편, '개화지식인의 고독', 19~21쪽, 나남출판>
　
　3.1 운동은 제 1차 세계대전이후의 세계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미국의 윌슨대통령이 제안한 민족자결주의 원칙에 일정부분 영향을 받아서 일어났다. '식민지 국가의 독립은 그 민족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한다.'는 민족 자결주의 원칙은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패전국에게만 적용될 뿐이었다.(당시 일본은 영국, 미국과 함께 승전국의 일원이었다.)
　결국 민족자결주의는 강대국들을 위한 논리일 뿐이었다. 우리 민족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독립을 쟁취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독립의 그날까지 끝없는 투쟁을 전개하였다. 현재 진행형인 남한과 북한의 통일문제도 주변의 강대국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우리 민족의 자주적인 노력속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