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교장 평안하신가? 지인들 전화의 첫 안부인사다.

작년 전국 새마을중앙회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자전거타기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고, 주요 일간지와 방송국, 교육청 등에 자주 홍보가 되면서 나는 '자전거 교장'이란 별칭을 얻게 되었다. 21세기 인류 문명의 화두로 에너지와 환경 문제의 대안으로 자전거가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참으로 듣기 좋은 별칭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자전거는 오염물질이나 탄소가 거의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무탄소 교통수단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동수단 가운데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다. 승용차와 비교하면 2% 미만의 에너지만을 가지고도 같은 거리를 수행할 수 있으니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이다. 우리가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교통난 및 주차난 완화, 교통체증으로 인한 물류비용 감소 등 심각한 환경 문제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거기에 현대인의 운동부족으로 인한 각종 성인병과 비용의 증가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실로 자전거를 녹색성장의 주인공이요, 현대 문제 해결의 팔방미인이라 부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이런 이유에서 자전거 타기 운동을 시작 했겠군'하며 뻔한 이야기로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시골학교의 현실이 있다.

30~40년 전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십 리, 이십 리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필자 또한 5km가 되는 거리를 걸어서 시골 중학교를 다녔는데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울 때면 여간 학교에 가기 싫고 두려운 게 아니었다. 유일하게 서울서 전학 온 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자전거는 웬만한 가정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곤궁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 어려움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래서 요즘 같이 좋은 세상에 그처럼 학교를 다니라고 하면 다닐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08년 9월 1일, 필자는 원주시 시골에 위치한 고산초등학교에 부임하여 우연히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학생을 따라가게 되었다. 부임 첫날이라 아이들의 하굣길이 궁금하던 차에 1학년 여학생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여 학교 자전거를 타고 따라 나섰다. 한 4km 언덕길을 달리는데 가다 서기를 수십 번 반복하면서 겨우 그 학생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이 학교 교장이라 하니 할머니께서 반갑게 맞아 주셨는데, 집에 들어가 보니 아이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모두 아프시고 다문화 가정으로 어머니는 한국말을 하지 못하였다. 할머니께서는 내년에 입학할 동생도 있는데 시내버스 정류장까지도 2km가 넘는 거리라 아이들 학교 가는 것이 큰 걱정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후 학구 내 굽이굽이 골짜기마다 다녀보니 사정은 그 학생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 후 직원들과 협의하여 도교육청 주관 인성브랜드인 '사이좋은 등굣길'을 설정하였다. 고산, 동막, 옥산, 광격 4개 동아리를 조직하고 상·하급생이 함께 등교하여 서로 돌보도록 하였다. 또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9년부터 자전거를 입학선물로 사주기로 결정하였고 비용은 이자 소득으로 충당하기로 하였다.

이제 고산초등학교 모든 학생들은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한다. 1년에 두 번 선생님의 에스코드를 받으며 저수지를 배경으로 전교생이 달리는 모습은 이미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작은 농촌학교의 자전거 타기의 생활화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 미래의 꿈을 실현시킴과 동시에 학생들의 꿈과 행복이라는 좋은 선물을 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