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치과의사) 있지만 묵묵히 선수 뒷바라지
  "좋은 성적 예감했어요

　벤쿠버 동계장애인올림픽 컬링에서 단체전 첫 은메달의 쾌거를 이뤄낸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원주연세드림 휠체어컬링팀.

　모두들 '기적'이라 말하는 쾌거를 거둔 5명의 선수 뒤에는 지난 7년간 묵묵히 선수들의 뒷바라지를 한 이가 있다. 2003년 말 원주에 휠체어컬링 클럽이 처음 창단될 때 자원봉사 감독으로 선임돼 줄곧 '원주연세드림 휠체어컬링팀'과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온 김우택(46)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단계동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김 감독이 휠체어컬링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3년. 연세대 원주기독병원 장애인 후원회 이사로 있다가 휠체어컬링팀을 만들어보자고 했을 때 좋은 일이라는 생각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덜컥 수락했단다. 김 감독은 그때부터 7년째 보수도 없이 자원봉사로 동호인 클럽인 원주 연세드림팀과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이젠 25일간 비워 둔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귀국 다음날 가운을 챙겨입은 김 감독을 지난 24일 그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만나 휠체어컬링과 함께한 지난 7년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기분이 좋죠. 부담감을 덜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어렵게 생활하는 선수들이 이번대회를 통해 조금이나마 혜택을 받을 수 있게된 것이 반가운 일입니다. 일을 할 수 없는 처지라 형편들이 넉넉치 않아요. 대부분 재해연금이나 생활보호 지원금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죠. 큰 액수는 아니지만 연금과 상금이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감독을 맡게된 계기는.
　90년대 후반 휠체어농구팀을 만들어 보자고 했던 것이 시작이었죠. 참여자가 없어 농구팀 구성이 지지부진하자 컬링팀을 만들기로 했어요. 현재 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주영(연세대 원주의과대학 미생물학과) 교수님 제안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별 생각없이 수락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7년간 동고동락하며 정으로 맺어진 친구들입니다. 평소에는 감독님이라고 하다가도 술자리 등 사석에서는 '호형호제' 하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이 친구들과의 만남을 부담스러워 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겁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렇듯 서로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이죠. 제가 선수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이들을 만나면서 늘 자신에게 감사하게 됐고, 어려워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좋은 성적을 예상했는지.
　저와 선수들은 4강까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에 참가한 세계대회에서 충분히 그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성적도 꾸준히 향상됐었고…. 평소 실력만 발휘한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었죠. 사실 올림픽에 나가기 전부터 언론이나 선수단 임원들에게도 했던 이야긴데 우리만 빼고 모두 믿지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가장 어려웠던 점은.
　훈련 할 수 있는 연습장을 구하지 못해 애를 많이 태웠죠. 그래도 협회에서 신경을 많이 써 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연습장을 구할 수 없을 때는 주로 웨이트에 주력하거나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훈련량 부족을 극복했어요. 주로 일반 빙상장에서 자세를 연습하고 7년 동안 국내·국제 실전을 훈련 삼아 치렀습니다. 국제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있으면 가급적 일찍 대회장소에 도착하려 했습니다. 연습장이 마땅치 않은 국내보다 환경이 좋은 현지 연습장을 이용하기 위해서였죠.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한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 누구보다 가족들에게 고맙습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상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여행 한번 제대로 가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감독을 맡으면서 대회출전이다 뭐다 해서 장기간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졌었요. 그래도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감사하죠.

　감독은 언제까지 할 생각인지.
　매년 이제는 그만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여기까지 왔으니 제가 할 도리는 다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볼까 하는 구상도 합니다. 그런데 워낙 깊은 정으로 맺어진 사이라서… 선수들이 싫다고 할 때까지는 계속하게 될 것 같은데요.
　
　바람이 있다면.
　의욕적으로 하고 싶어도 훈련장소가 없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입니다. 그래서 전용경기장이 하나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전용경기장이라면 몇명이나 사용하겠느냐고 고개부터 돌리는데, 컬링은 장애인만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들에게도 유용한 운동이죠. 일반인들도 누구나 쉽게 배워 즐길 수 있습니다. 컬링이야말로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없이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운동입니다.  
　
　김우택 감독은?
　중앙초교와 학성중, 대성고를 거쳐 경희대 치대와 한림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95년 일산동에 삼성치과를 개원했으며 3년전부터 동료의사 3명과 공동으로 단계동에서 뿌리깊은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원주시치과의사회장. 가족은 부인 이혜영(46) 씨와 2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