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앞에 앉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컴퓨터를 켜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전체 국민 68% 자정이후 잠자리 드는 올빼미 국가

수면 리듬이 망가진 것은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이후부터라고 한다. 과거엔 해가 뜨면 일어나 일을 하고 해가 지면 가정으로 돌아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양쪽 눈 시신경이 교차하는 시교차상핵(視交叉上核)이다.

빛이 들어와 하루를 주기로 신체 리듬을 조절하는 생체시계인데 이 생체시계가 헝클어지면 체온이나 맥박·혈압과 같은 신체 리듬이 혼란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또한 따뜻한 봄이 오면 반갑지 않은 손님 중 하나가 춘곤증이다. 봄만 되면 온 몸이 나른하고 피로감이 몰려오는데 이는 겨울보다 낮이 길어지면서 멜라토닌 등 각종 호르몬 분비에 불균형이 오기 때문이다. 일조시간 변화가 일종의 시차를 유발해 적응이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국민의 68%가 자정 이후에 잠자리에 드는 대표적인 올빼미 국가다. 34%밖에 되지 않는 미국과 비교할 때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일일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 15분으로 전체인구의 70~80%가 수면부족인 셈.

학생은 공부 때문에, 성인은 과중한 업무나 잘못된 음주문화로 귀가 시간이 늘 늦고, 잠자리에 들기 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긴 편이다. 그러면서도 아침에는 어김없이 이른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야 하는 '수면지연증후군'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또 성격이 꼼꼼하거나 예민한 사람은 남들보다 더 많은 심리적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는 뇌를 각성시켜 불면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오래 지속되는 것도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뇌 휴식해야 학습내용 쌓여

인체에서는 잠과 각성상태를 반복해서 나타내는데 항상 평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다. 낮 동안 활동을 할 때는 피로 유발과 수면 유도 물질인 아데노신이 쌓이는데, 이 아데노신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뇌에 쌓이게 되고 밤에 최대치에 달했을 때 수면 상태에 들어서는 것이다.

수면 리듬은 준비 단계부터 깊은 잠에 이르기까지 4단계로 이어진다. 90~120분을 한 단위로 하룻밤 사이에 4~5회 수면주기가 반복되는데 이 중 숙면은 뇌에서 서파(델타파)가 방출되는 3~4단계다. 이 단계에 뇌가 휴식하며 낮에 학습한 내용을 정리해 대뇌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또 낮에 손상된 세포와 내분비계도 재정비하게 된다. 반대로 서파 수면이 부족하면 면역력과 집중력·기억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취약해진다. 따라서 수면을 통해 건강을 찾으려면 서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숙면 방해 요인

카페인과 니코틴: 카페인은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해서 각성을 유지하도록 하기에, 불면증이 있다면 커피 외에도 카페인 성분이 다량 함유된 녹차, 초콜릿, 콜라, 홍차 등을 피해야 한다. 커피처럼 카페인 성분이 함유된 식품이나 음료들은 순간적으로 잠을 쫓을 때는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사람에 따라서는 지속적인 각성작용을 일으켜 야간 수면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도 마찬가지로 각성 작용해 잠자리에 들기 전 담배를 피우면 뇌를 각성시켜 수면을 방해한다.

수면제: 불면증으로 인해 수면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는 약해진다. 중단하면 오히려 불면증이 더 심해질 수 있는데 이를 반동성 불면증이라고 한다. 반동성 불면증이 나타날 땐 수면제에 대한 의존 정도에 따라 심한 금단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교대근무: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 2교대 근무로 낮에 일을 하게 되면 낮에 일을 하고 밤에 잠을 자려고 해도 잠들 수가 없다.

밤에 일하고 아침에 잠들던 지연된 수면위상 때문에 밤이 되어도 잠을 들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잠드는 시간이 새벽으로 늦어져 제 시간에 잠들지 못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현상이나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사람이 이전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는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숙면을 위한다면 불을 끄고 자는 것이 좋다.
　
야식: 늦은 시간까지 TV시청을 하다보면 광고나 프로그램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럴 때 문득 배고픈 것 같아 야식을 시켜먹게 된다. 거기다가 배달 야식은 대부분 튀김 닭이나 피자와 같은 칼로리가 높고 위에 부담을 주는 메뉴이다.

잠을 자는 동안 위장도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위나 장은 이 음식물들을 소화시키느라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결국 야식은 장기의 휴식시간을 빼앗고 피로를 누적시키는 원인이 된다. 장기는 모두 유기적 관계에 있어 위장이 쉬지 못하면 뇌도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없다. 야식은 습관으로 발전하기 쉬운 약점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수면지연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어느 날 갑자기 수면시간을 앞당기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 2주 정도 준비기간을 갖고 10~30분 일찍 잠자리에 드는 연습을 한다. TV는 끄고 이어폰을 귀에 꽂지 말고 침대에 드는 것이 좋고, 이부자리는 따스한 느낌이 날 정도가 적당하다. 잔잔하고 조용한 음악은 도움이 되지만 밤새 틀어놓는 것은 숙면을 방해한다.

잠들기 3시간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좋고 배가 고프다면 물이나 우유를 미지근하게 데워 반 컵 정도 마시면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들 때 블라인드나 커튼을 걷어놓은 채 잠든다. 아침 햇살을 듬뿍 받아 매일 조금씩 늦춰지는 생체 시계를 바르게 재설정한다. 만일을 위해 알람을 3분 간격으로 5회 정도 맞춰 놓고, 아침에 눈을 뜨면 시원한 생수를 한 컵 마시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피부로 감지한 자극이 뇌에 전달돼 교감신경을 깨우고 몸에 활기를 부여한다. 아침사를 하고 나면 한결 몸이 거뜬해 진다. 휴일에도 지나친 늦잠이나 낮잠을 피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조깅으로 생체리듬을 유지 한다.

임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