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는 그동안 도시발전의 패러다임을 생산도시화정책에 역점을 두어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의료기기산업을 육성 발전시키는 등 공업역량을 꾸준히 키워 온데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지리적 특성 등에 부합하여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유치하는 쾌거를 이뤄 기업을 유치하고 개발을 통해 도시발전을 꾀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추었다 보겠다.

하지만 이렇게 경제성장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하다보니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절대적 필요충분조건인 문화를 통한 여가활용 기반 확충에는 소홀히 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 21세기는 정치적 이념이나 경제제일주의를 초월하여 지식, 창의 아이디어 등 무형의 자산들이 자본이 되는 문명적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21세기 도시발전의 패러다임은 문화도시 만들기를 통해 관광산업으로 연계시키고, 문화 발전을 통해 창조성·다양성·상상력·자발성·자유의지가 충만한 가운데 활기 넘치는 시민사회를 구축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 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주가 고민해야 할 도시발전의 원동력은 기존에 추구해 왔던 굴뚝산업 못지않게 문화발전이란 또 다른 패러다임을 어떻게 정의하고 가치를 부여해 도시발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지를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원주는 문화기반시설이 매우 취약한 도시다. 그러나 다행히도 원주는 조선왕조 오백년 동안 강원감영이 실존했던 도시이고, 전국 어느 감영도시보다 뛰어난 감영문화 유적지가 생생하게 살아있고, 꾸준히 복원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전국 유일의 도시다. 이렇게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지도 않았고, 도시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강원감영문화제위원회가 중심이 돼 민관이 함께하는 가칭 '문화원주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감영문화를 도시브랜드화하고 감영문화제를 관광자원화 하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와 정책개발에 힘 써야 할 때라고 본다.

긴 시간을 요하겠으나 원일로를 감영로로 개칭함과 아울러 감영 주변일대의 경관조례를 제정하여 새로 신축하는 건물들을 전통 한옥으로 짓고, 중앙로 문화의 거리를 서서히 한옥 형상화 해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서울 인사동과 같은 고풍스런 도시공간으로 탈바꿈 해 나간다면 가장 한국적인 거리가 조성될 것이고, 가장 한국적인 거리가 바로 가장 세계적인 거리가 되어 자연스럽게 관광자원화 될 것이라 생각한다. 

감영문화제도 더욱 활성화해 감영과 함께 발달해 온 한지문화도 담아내고, 국내·외 전통취고수악대 경연대회를 유치하는가 하면, 감영에서부터 중앙로 문화의 거리 일대를 순회하는 위병교대식과 순라군의 순찰 활동을 연중 정례화 하는 등 다양하면서도 창의성 있는 공연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 세계적인 관광 상품으로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소재와 좋은 아이디어들을 공모형태로 발굴해 정책에 반영해 나간다면 굴뚝에서 연기 나는 기업유치보다 훨씬 부가가치 높은 산업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원주에 있는 감영은 원칙적으로 따지고 보면 원주만의 유산이 아니라 강원도 전체의 유산이다.

대구 경상감영과 전주 전라감영은 경상도와 전라도가 적극 나서서 가꾸고 다듬어나가듯이 강원감영도 강원도지사와 원주시장이 합심해 가꾸어 나가야 한다.

차제에 이번 6.2지방선거 매니페스토를 통해 강원도지사와 원주시장 후보들에게 감영문화를 새롭게 창출해 도시브랜드화 하고 관광산업화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을 개발해 유권자들에게 제시해 줄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