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첨복단지 탈락으로 상심해 있는 원주시민들 가슴에 불을 질렀다. 첨복단지 선정이 객관적인 평가보다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루어졌음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이 수석은 지난달 28일 대구·경북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종시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구·경북지역이 역차별 운운하며 다른 지역보다 더 반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 대통령이 대구·경북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 데 그렇게 하느냐" "첨복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을 프로젝트인데 고향인 대구·경북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1일 경북일보에 보도된 내용이다. 첨복단지 선정은 평가결과만 놓고 보면 대구·경북이 선정될 수 없었는데 이 대통령이 특별히 챙겨 선정한 것이라는 얘기다.

증거만 없을뿐 정치적 결정이었다고 믿고 있던 원주시민들은 이 수석의 발언이 보도되자 "그러면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라며 흥분했다. 또한 현정권 최고 실세가 정치적 결정이었음을 인정한 만큼 첨복단지 선정을 백지화하고 새로 선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첨복단지재선정촉구범시민대책위,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책위, 민주당원주지역위원회 등도 국정조사를 실시해 평가과정 및 결과 공개를 요구했다. 중앙정치권에서도 이 수석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정치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에 이 수석은 자신의 발언내용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해명자료를 내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해명내용은 대구.경북 지역 언론이 첨복단지 선정에 '고맙다'는 반응을 보이다가 세종시 문제가 불거지자 역차별을 거론해 섭섭하다는 뜻으로 개인감정을 표현한 것이지 정치적 고려에 의해, 또는 '대통령의 결단'으로 첨복단지가 선정됐다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한 경북일보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하고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송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이 발언사실을 강력 부인하고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이를 믿을 사람은 없다. 설령 말이 와전됐다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의 입이다. 홍보수석이라는 직책도 그렇지만 이 대통령 핵심 측근이자 실세다. 때문에 해명으로 끝날 문제는 아니다. 국회차원에서 국정감사를 실시해 첨복단지 평가 과정과 결과를 낱낱이 공개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특히 이계진 국회의원이나 김기열 시장, 김진선 도지사가 전면에 서서 평가결과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몰랐다면 모를까 정치적 결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는 것은 원주시민들의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이다. 정부여당이라고 해서 눈치볼 일이 아니다. 시민대책위도 가세해 힘을 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