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을 보내며 우리는 지루해 하기도 하지만 때때로 눈도 보며 온갖 모양의 세상을 하나의 흰색으로 가려주는 하늘의 넓은 포용력과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나는 올 겨울 아름다움의 계절에서 옷깃을 여미며 지나온 발걸음을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자책의 시간을 보낸다. 몇몇 신문에 또 방송에서 전임 예총회장에 대해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예총에 몸담고 오랜 세월을 보낸 자신을 다시금 뒤돌아보게 된다.

1964년 봄 대학을 졸업하고 원주에 내려와 나보다 2년 먼저 고향에 내려와 연극 인재를 발굴하고 교육하던 장상순(전 원주연극협회 회장) 선배를 만나 원주연극을 만났고 대학 4년간의 연극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같이 연극에 참여하면서 원주예총에 몸담게 되었으니 나도 이젠 꽤 오랜 세월 원주예총과 함께 한 것 같다.

우리 예술인들은 항상 얘기한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주체로서의 예술인은 먼저 자신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예술인이 사리사욕과 탐욕, 비리를 저지르며 사회의 정도에 역행한다면, 과연 그를 예술인이라 할 수 있을까? 그의 창작품을 아름답다, 또는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예술인들은 자신을 아름답게 하기위해 최선의 노력과 힘든 자신과의 싸움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예술계가 언제부터 지원금이나 예산지원을 받으면서 예술활동을 해 왔었나? 근래에 와서 예산을 받기 시작하였으니 그 지원이라는 것이 전체 예산의 일부였고 대부분 예술인들은 자부담과 자신의 희생으로 행사를 치르는 게 아직까지는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조직에 가입하지 않고 혼자서 묵묵히 자신만의 예술혼을 불태우는 작가들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임 예총회장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지는 연민의 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 오랜 세월 원주예총 사무국장으로(그 때는 보수도 없던 시절이었다) 자신의 본업도 전폐하다시피 하면서 가난한 예총을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 고생하였고 원주예총 회장이 되면서는 더욱 힘들고 어려운 생활이었다.

원주예총 여덟 개 지부 1천여명의 대식구의 장으로서 각종 행사 참여와 예산확보 문제 또는 모든 경조사를 챙기는 그의 행보는 정말 힘든 여정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몇몇 건의 문제는 예총 사무에 정통하지 않아서 야기된 문제는 아니었을까?

사실 예총은 사무국장과 직원 대우문제, 그리고 사무실 운영비를 제하고 나면 모든 예산은 예총을 거쳐 각 지부와 단체에 배정하는 역할만 하지 자체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원주예총의 여덟 개 지부 1천여명의 예술인들이 거의 1년 내내 각종 전시와 공연행사를 쉬지 않고 하면서도 아직도 예술인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쉴 수 있는 예총회관이 없다는 것은 이제 시민이 31만명을 넘어섰다는 원주시에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까?

오랜 세월 예술인들은 불모의 땅에 자신을 희생하며 오늘의 예술문화를 일으켜 세웠고 이제 그 튼튼한 뿌리를 내리려고 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문화가 베풀어지고 많은 시민들이 그것을 감상하고 즐기면서 원주의 예술문화도 이제 본 궤도에 이르려는 찰나에 벌어진 이번 사건은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다.

모쪼록 이번 사건이 큰 후유증 없이 무사히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문제로 원주 예술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지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하고 더욱 업그레이드 된 예술활동을 제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예술인들은 모든 면에서 연약하고 조그만 일에도 크게 상처받고 민감하게 반응하고 좌절하는 온실 속의 식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원주예총 전임회장의 문제가 선처되기를 기원한다. 모든 예술인들은 이번일을 계기로 더욱 분발하고 더욱 향상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