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행복의 조건으로서 물질을 추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물질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물질은 인간에게 풍요로운 삶을 줄 수 있지만, 물질을 획득하기 위한 고충을 주기도 한다. 행복은 물질적인 그릇에 있는 것이 아니다. 행복은 마음의 그릇에서 얻어진다. 문화, 사상, 예술, 철학 이러한 분야가 마음의 그릇을 채울 수 있는 것들인데, 특히 철학은 그 중에서도 중추적인 위치에 있다.

사람들이 마음에 행복을 얻으려면 마음의 자극(감동)을 받아야 한다. 현대 문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 올린 지식의 틀 안에서 많은 지식들을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또 진리로 간주하며 살아간다.

학문의 기초단계는 동서양 어느 문화에서나 암기에서 시작한다. 암기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기존 지식들을 의심없이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그런 암기로 얻어진 지식들이 우리에게 행복감을 주지는 않는다. 수학도 역시 암기에서 시작한다.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 수학을 하는 사람은 없다.

옛적에 서당이나 동네 사랑방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천자문을 암기하도록 했다. "天地(하늘천 따지) 玄黃(검을현 누르황) 宇宙(집우집주) 洪荒(넓을홍 거칠황)" 어릴적 선친이 벌로 내려 외우던 천자문은 아무런 행복감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천자문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 우주의 기본 구조를 설명한다는 것을 철학을 하면서 나중에 깨닫게 될 때, 암기로 받아들였던 일반 지식에 감동을 받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우주관을 이해하고 깨달음은 커다란 행복은 준다.

철학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은 하는 것이다. 지식을 외우고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진정으로 이해해서 자기만의 것이 될 때 자극을 받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철학이다. 일반적인 지식을 보다 원리적으로 세밀하게 사려하여 보는 것이 바로 철학의 역할인데, 사람들이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일반적인 지식들에서 원리를 끌어내고, 또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지식세계로의 열어가는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마음의 자극을 받게 된다.

내가 그동안 철학 강의를 하면서 우리 한국인 대부분에게는 철학적 유전자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우리는 모두 마음의 자극을 받을 준비되어 있는 자세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철학을 공부하면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철학은 독학으로는 불가능하다. 철학을 혼자서 공부하면 몇 권의 철학 책을 읽고 마치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달은 양 착각에 빠지거나, 점술가를 자칭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철학은 스승이 필요하다. 철학 강의는 일반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철학 강의는 사고의 기틀을 잡아주고 사고의 방향을 제시해 줌으로써 일반 사람들이 갖고 있던 철학적 유전자를 자극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성을 희비로 나누고, 엔돌핀(喜)과 아드레날린(悲)이라는 두 호르몬들이 작용한다고 생태학적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이 희비라는 이원론적 감성론에서 탈피하여 설명되어 진다. '다이놀핀'이라는 호르몬의 등장이 그것이다.

'다이놀핀'이란 마음속에서 감동이 생길 때 분비되어지는 호르몬이다. 예를 들어 철학적 유전자가 자극을 받을 때 마음속에서는 감동이 일어나고 그러면 다이놀핀이 분비되어 그 감동은 보다 극대화되어 행복이라는 느낌이 생겨나는 것이다. 쉽게 해석해 보면 일반인들과 다른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될 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학적 즉 생태학적인 설명은 해석에 불과할 뿐 진리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화, 사상, 예술, 그리고 특히 철학을 하면서 이러한 행복감을 느껴본 사람들은 모두가 공감할 내용이므로 거짓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지금 원주에서는 철학시민강좌가 매주 진행되고 있는데, 철학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말 중 공통분모로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 '그러한 정신적 행복, 무엇보다도 철학에 매력을 느끼면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는 것이다. 원주시민들에게 철학 강의를 해본 강사로서 나는 보았다. 그들의 행복이 담긴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