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확실한 비젼(vision)에서 나온다."라고 리더십 연구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켄 블랜차드가 말한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비단 기업이나 기업인만이 아닌 모든 부분(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에 해당되는 금언이기 때문이다. 인구 31만 돌파로 도약과 비상을 위해 한껏 날개를 펼치고 있는 원주로선 뼈 깊이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영어사전은 비젼을 상상력, 선견, 통찰력, 마음속에 그린 광경, 환상, 꿈, 미래도 등으로 풀이하고 있다. 현재가 아닌 소망스런 미래를 바라다보는 것으로 요약할 수가 있다. 한마디로 미래의 청사진인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청사진이나 비젼이라 할 수 없다고 '캔 블랜차드' 박사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적어도 경쟁력 있는 비젼이 되려면 의미 있는 목적과 미래의 청사진, 그리고 분명한 가치라는 3요소를 담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원주는 지금 어떤 비젼을 가지고 달려가고 있으며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인가? 6.25 폐허에서 다시 일어선 원주가 60년 동안 한결 같이 추구해온 목표는 지역개발을 통한 큰 도시 육성이었다. 강원도를 벗어난 중부권 거점 도시로써의 성장이었다. 시정과 시민이 힘을 합쳐 노력한 결과 어느 정도 꿈을 이루고 있다. 산업화 개발 드라이브 시대를 헤쳐 나오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한민국 전체가 열병을 앓는데 우리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개발논리가 판을 치고 권력이 맞장구치던 시절처럼 이 같은 개발위주의 비전이 앞으로도 우리의 가치로 계속 추구해야 할 것인가에 고민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쯤해서 숨을 고르면서 앞으로 시대와 인류가 가고 있는 쪽으로 가닥을 다시 잡아야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존속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이에 걸맞게 우리 원주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문화를 바탕으로 한 융합으로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학자들은 산업의 트렌드도 정주(定住)에서 유목(遊牧)으로 바뀌어 무한이동과 소통을 실현하면서 멈출 줄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몸과 마음은 이미 유목상태인데 더 이상 낡아빠진 개발논리에 머물 이유가 없다. 원주를 바꾸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문화논리 만큼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가치는 없다. 한지문화, 박경리 문학, 감영문화, 무위당의 생명사상 등은 원주만이 지니고 있는 품격이고 자산이다. 어느 것 하나 덜 소중한 것이 없다.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너무 소홀히 해왔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을……. 이제 4개월 후면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이 선거가 활발한 문화정책논쟁을 통해 원주 비젼의 터닝포인트를 마련하길 바라는 기대가 매우 크다. 후보 저마다 문화 공약을 폭포수처럼 토해내 문화선거로의 확실한 획을 그었으면 좋겠다. 수십 년 전통의 개발 논리 위주의 선거에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문화선거 시대를 여는 파격을 기대해 본다.  

원주는 인구와 경제력, 시세 면에서 강원도 최고라는 하드웨어(틀)를 만들어 냈는데 다음으로 우리가 할 일은 이 틀을 채울 소프트웨어를 문화 자산을 통해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역사적 소명이다. 지금 우리 원주는 강원도의 명실상부한 맏형격의 자리에 있지만 도내 타 시군 사람들이 이를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는지를 한번쯤 되짚을 필요가 있다.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 문화적 원주는 그들에게 너무 빈약하기 때문이다. 문화도시로의 전환은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도민들의 마음을 사는데도 절대 필요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명제이다.

 '켄 블랜차드' 박사의 말처럼 21세기 원주의 진정한 경쟁력은 문화 비젼을 통해 이루는 길 밖에 없음을 감히 단언해 본다. 연초에 팔순이 넘으신 대성학원 장윤 학원장님으로부터 새해 인사 겸 격려가 담긴 글을 받은바 있다. 장 학원장님은 필자가 하고 있는 일을 통해 원주의 혼을 불어넣어 달라고 하셔서 그 직후 여러 날 깊은 상념에 젖었었다. 도대체 원주의 혼은 무엇인가? 필자는 생각 끝에 원주만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결론짓고 이 글을 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