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병은 원장

 "무위당 선생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원주를 대표하는 큰 인물이라 확신"

 기념관 건립 힘 실어주고 싶어 기증…누구나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곽병은(57) 부부의원 원장에게는 '늘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세상에는 남을 돕는 사람은 많지만 곽 원장처럼 남을 돕는 행위가 진솔해 보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또 큰 일을 하셨습니다"란 주위의 인사를 받고 있을 무렵이면 그는 언제나 새로운 일에 매달려 있다. 장애인공동체 갈거리사랑촌을 시작했을 때도, 빈곤층을 위한 급식소 십시일반을 열었을 때도, 노숙인 쉼터와 노숙인 상담소를 마련했을 때도, 갈거리협동조합을 설립했을 때도 그랬다. '나눔'을 실천하는 그의 삶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채우는 것 보다 버리는 것이 익숙해 보이는 그가 또 한번 쉽지 않은 결심을 했다. 매년 한 두점씩 수집해 소장하고 있던 고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작품 모두를 '무위당을 기리는 모임'에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곽 원장이 무위당의 작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15년전부터. 선생 스스로 한번도 돈을 받고 판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무위당의 작품이 시중에서 심심치 않게 거래되는 것이 못내 안타까웠다. 존경하는 선생의 작품에 가격이 매겨져 이사람, 저사람 손으로 옮겨 다니는 것이 꼭 선생을 욕보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대로 두면 외지로 흘러나갈 것도 염려됐다. 그 때부터 순전히 용돈을 아껴 매년 한 두점씩 사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작품이 32점. 작품 중에는 무위당의 낙관이 찍힌 글씨와 서화는 물론, 초기 습작 6~7점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누구도 그 가치를 눈여겨 보지 않은 습작까지 구입한 것은 하나의 역사라는 생각에서다. 일부는 습작이 공개될 경우 선생의 명성에 누가 된다며 만류하기도 했지만 곽 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초기 습작들이 있었기에 사람들이 감탄하는 무위당의 작품이 있을 수 있었다고 믿었다.      

　사실 곽 원장은 무위당을 직접 대면한 일이 없다. 주변 사람들을 통해 무위당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뒤 직접 뵙고 가르침을 받고 싶었지만 '언젠간 뵙겠지' 하며 차일피일 미룬 것이 결국 선생이 임종할 때까지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런 그가 무위당의 일이라면 그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서는 이유는 무위당이야말로 원주를 대표하는 큰 어른이자 한국 현대 인물사에 반드시 기록돼야 할 인물이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생과 관련된 책이며 자료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는 그는 "소박하고 털털한 성품을 갖고 계시면서도 사회정의와 공공의 선을 말뿐이 아닌 실천하려 했던 삶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다. 무위당과 관련된 책을 읽다 자신과 지향점이 같다는 사실에 놀라 그 길로 선생의 생가로 달려간 일도 있다고 했다.

　'무위당기념관이 건립되면 기증하리라'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지만 생각보다 기증시기가 앞당겨졌다. "조금 지연되고 있는 것 같아 기념관건립위원회에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는 게 곽 원장의 설명이다. "원주시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곽 원장은 "부끄럽지만 나를 시작으로 원주에서도 기증문화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증식은 오는 28일 '무위당을 기리는 모임' 신년회가 열리는 가톨릭센터에서 갖기로 했다.

　곽 원장의 기증소식을 접한 무위당을 기리는 모임 김영주 회장은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보존과 관리에 힘쓰는 한편, 곽 원장의 뜻대로 많은 사람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증된 작품은 기념관이 건립될 때까지 시립박물관에 보관되며 기획전시 형태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그 첫 전시로 4월 2일부터 2주간 '곽병은 원장 기증 작품전'이 시립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시기간 중에는 '무위당 장일순 서학에 대한 미학적 고찰'이란 가제로 학술심포지엄도 열 예정이다.

　김 회장은 "그동안 무위당의 삶이나 정신, 철학에 대한 접근은 있었지만 선생 작품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전무했다"면서 "역사적 기초를 쌓는 일이라며 이번기회에 전문가들을 통해 미학적 접근을 시도해보자는 곽 원장의 제안이 있어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