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건강문화센터 로비에서 열린 제1회 원주특수학급 연합 작품전시회.

"제가 만든 거에요". 아이가 작품을 감상하던 한 시민에게 자랑을 한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은 공을 들였을 법한 퍼즐 속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지난 26일 원주건강문화센터 1층 로비. 이례적으로 관내 특수학급 학생들의 교육활동 작품이 총망라된 전시회가 개최됐다. 특수학급 담당 교사들로 구성된 교사동아리인 원주특수교육연구회(회장: 정은영 원주여중 특수교사)가 일을 벌인 것.

특수학급 학생들의 작품은 각각의 교내 전시회에서 일반학급 학생들 틈에서나 바깥세상을 보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빛을 보게 된 건 올해 초 "각자 보고 끝내기엔 너무 아쉽다"는 한 특수교사의 의견이 제기되면서 "관내 특수학급 학생들의 작품을 한 데 모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구상으로 옮겨진 것.

지난 3월부터 각 학교 특수학급 담당교사들은 방과 후 수업이나 연구회 교육활동, 미술치료 등을 통해 완성된 학생들의 작품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과정 속에서도 우여곡절은 많았다. 단체교육활동으로 진행된 도자기 체험연수에서 한 아이가 물감을 씻는 대형 물통에 빠지는 바람에 작은 소동을 빚기도 했고, 커다란 퍼즐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선 교사의 전문적이고도 정교한 지도와 반 아이들의 협동이 수반돼야 했다. 또 반면에 외부에 선보일 작품이다 보니 특수교사들 사이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이루어져 더욱 창의적이고 활발한 교육활동이 펼쳐질 수 있었다.

원주특수교육연구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준호(장양초) 특수교사는 "전시회를 앞두고 작품을 한 데 모아보니 중등에 비해 우리 초등 아이들의 작품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내놓은 작품을 회수하고 돌아가 더 멋진 작품을 위해 칼을 갈았다"며 웃었다.

생김새도, 성향도 각기 다른 아이들이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을 본 떠 행사는 '무지개 빛깔 아이들'라 이름 붙이고 대관료 부담이 없는 적소도 찾았지만, 신종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인해 행사를 포기할 뻔 했던 위기도 있었다. 정 회장은 "정말 이대로 취소하는 거냐는 특수교사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실망하는 모습에서 다시금 용기를 얻어 행사를 강행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1년 동안의 교육활동 산출물 200여점이 고스란히 모였다. 도자기·종이·한지 공예, 사진·입체 퍼즐, 종이탈, 재활용품 활용물품, 크레용 염색, 타일액자 등 손이 많이 가고 섬세함을 요하는 작품들이다. 일반 성인들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수준급을 자랑했다. 무심코 지나다 발걸음을 멈춰선 시민들도 "내부에 걸린 현수막이 아니었다면 장애학생들의 작품인 줄은 까맣게 몰랐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장 좋아하는 건 아이들. 수업을 마치고 전시장을 찾은 특수학급 학생들은 자신의 작품이 외부에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정은영 회장은 "우리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과 고운 꿈을 외부에 알림으로써 장애인식 개선의 기회로 삼고 아이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부여하는 계기가 됐다"며 "특수교사들 스스로에게도 다양한 교수학습법을 공유할 수 있는 뜻 깊은 행사였다"고 말했다.

김상희 기자 s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