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 잰 것처럼 반듯하거나 나무랄 데 없이 잘난 사람에겐 왠지 다가가기 꺼려진다.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라 건물이나 음식점, 카페도 마찬가지 아닐까.

	피자, 파스타, 쿠키를 구워내는 주방

언덕위에 덩그마니 서 있는 아코자갤러리는 겉만 보고 속을 상상해서는 절대 안 되는 독특한 카페이다. 아무렇게나 두들겨서 만들어 놓은 듯한 은색 함석문을 드르륵 여는 순간 현재의 문을 열고 과거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 또박또박 발걸음을 옮기자 지나간 옛일들이 촉촉하게 되살아난다.

어린 시절 천정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백열등을 연상케 하는 키 낮은 조명등과 창가를 장식한 오래된 레코드, 투박하게 짜 놓은 나무 테이블과 의자, 마감처리를 생략한 한 쪽 벽은 벽돌 모양이 그대로 드러난 채 그림이 담긴 액자를 걸고 있다. 이렇게 아코자갤러리는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살아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하지 않은 인테리어에서 어쩌면 더 특별한 분위기가 나는 것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정금숙(40) 대표만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감각 때문일 것이다.

취재를 위해 찾아갔을 땐 정 대표를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 11일부터 열리고 있는 작품전을 위해 방문한 김지영 작가, 그리고 큐레이터를 겸하고 있는 정한나 작가와 함께 차 한 잔을 나누는 행운을 얻었다. 30대 초반의 젊음, 아니 젊다 못해 어려보이기까지 한 김 작가의 그림은 '폭력'이라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만화 캐릭터처럼 귀엽고 밝게 표현해 색다른 감동을 주었다.

	김지영 작가의 작품 중에서

아코자갤러리가 주는 느낌처럼 김 작가가 그린 작품 속 여자아이는 코나 입이 생략되는 등 미완성이 주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한 쪽 눈에 반창고를 붙인 여자아이가 입을 벌려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자유롭게 아이의 입 모양을 상상하게 된다. 그 순간 비로소 이 작품은 완성된다. 작품 활동을 오래 한 기성작가들처럼 노련하진 않지만 김 작가의 그림은 풋풋하고 신선해서 오히려 호감이 간다.

	모던한 분위기의 인테리어

대중음악은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미술은 아직 대중 속으로 깊이 들어오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전시장이나 갤러리에는 그 분야의 전문인이나 관계자들만이 드나드는 특별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코자갤러리 또한 어감 때문인지 화가와 같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작품을 감상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림이나 조각, 사진, 공예품과 같은 작품들이 무언의 표현으로 공간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소한 모차렐라 치즈를 듬뿍 넣은 피자나 이태리국수인 파스타, 손수 구워 내어 놓는 쿠키 등 먹는 즐거움도 공존하는 곳이다. 커피의 그윽함에 취해 분위기에 젖기에도 그만이다.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갔다가 좋은 작품까지 눈에 담아올 수 있는 곳. 작품을 보러 갔다가 맛있는 것까지 먹고 올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토요일 오후시간을 이곳에서 함께해도 좋을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를 보면서 창작에 대한 감각을 키우며 막연한 꿈이 아닌 미래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에게 성적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가끔씩은 문화의 바람으로 머리를 식혀주는 친구 같은 부모가 돼주면 어떨까.

대중이 찾아와 주지 않아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정 대표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아코자(ACOZZA)갤러리는 아트(art)와 커피(coffee), 피자(pizza)를 합성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멋과 맛이 한 곳에 모여 있어 더 멋스러운 카페이다.

흥업 쪽으로 가다가 강릉원주대 정문을 지나 언덕을 넘으며 만나는 첫 번째 골목에서 좌회전 해 강릉원주대 후문 쪽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된다.

▷문의: 766-7999(아코자갤러리)
임춘희 기자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