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사면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이건희 사면론은 지난 11월 17일 김진선 강원도지사를 시작으로, 11월 20일에는 조양호 2018평창유치위 공동위원장과 강원도의회의 기자회견, 그 다음 주부터는 유력한 중앙일간지를 필두로 크고 작은 인터넷 신문과 주간지까지 이 논란에 가담하며 전국적으로 논란이 번지고 있다. 아시다시피 이 전 회장은 아들 이재용에 대한 불법상속 과정에서 지난 2008년 7월 특검에 기소되어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런데 이 전 회장을 사면하자는 주장의 부도덕성은 차치하고 정말 이 전 회장을 사면하면 동계올림픽유치에 도움이 되기나 하는 걸까?

사면찬성론자들은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이 전 회장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힘을 보태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두 차례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많은 활동을 했던 이건희 IOC위원은 전과자가 아니었다. 전과자가 아닌 상태에서 제 역할을 다했는데도 유치에 실패했는데, 지금 그는 국내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명백한 범죄자 신분이다. 그런 이건희 IOC위원이 사면을 받는다 한들 IOC위원들의 모럴 헤저드가 예민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작금의 국제 스포츠계의 현실에서 과연 이 전 회장이 호소력 있는 유치활동을 할 수 있을까? 또한 다른 경쟁 도시들로 하여금 한국이 목표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로 IOC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논리를 제공해서 오히려 역공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이건희 회장의 복귀가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결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는데도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이유는 뭘까? 

강원도는 지난 두 차례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450억원 가량을 썼다고 발표한바 있다. 발표한 액수만으로도 이렇다. 또한 동계올림픽을 치러내기 위해 핵심사업으로 추진한 알펜시아리조트 조성사업이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어 하루에 이자만 1억씩 지출되며 강원도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게다가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의 후원금 집행내역에 대한 문제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건희 사면론의 불쏘시개를 자처한 강원도나 이 불에다 기름을 부으며 파장을 키우는 재계나 언론들 모두 '염불에는 관심 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는' 것으로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동계올림픽 유치에 자신이 없으면, 더 이상 서민들에게 좌절감을 주지 말고 차라리 그만 두어라. 후안무치한 세상이다.

사회지도자급이라는 인물들의 행태가 이런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무얼 가르쳐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