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언론을 통해 남극 세종기지 주변에 풀이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극은 이끼류 정도만 자라던 곳이다. 그런 곳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식물이 자라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우리는 어떻게 들었을까?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지난 100년 동안의 지구 온도는 0.74도 상승하여 북극의 40%를 녹여 버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3년이면 북극해 만년빙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판이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기후 변화'는 이제 낯선 용어가 아니다.

신문도 방송도 온통 지구온난화와 탄소이야기로 도배가 된다. 최근에는 이런 위기가 수익 창출의 밭이라 여겨 '기후변화산업'이라는 용어도 생겼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은 그에 대한 속성들을 자세히 알 길이 별로 없다. 그저 막연하기만 하다. 막연하고 내 일이 아닌 듯 하니 위기감도 없다. 정부나 지자체 혹은 언론들은 '그래서 우리는 뭘 해야 하는가?'를 적극 설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우리 삶에 대한 반성이다. 반성할 것들은 많다. 화석 연료에만 매달리는 정책도, 산업과 경제의 운용 방식도, 개발만을 지상 과제로 삼는 천박한 토건 의식도, 더 좁게는 그런 것들을 용인하고 똑같이 살고 있는 우리들 자신도 모두 반성해야 할 것들이다. 하다못해 생각 없이 마구 버리는 쓰레기에 대한 반성까지도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삶을 '규제' 해야 한다.

11월 17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국가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05년 대비 4% 감축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환경NGO들도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의지를 보인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너무 낮게 설정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현재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세계 9위)과 누적배출량(세계 22위)을 고려해 볼 때, 2005년 대비 4% 감축은 너무나 초라한 생색내기 일 뿐이다. 더구나 산업계에서는 이렇게 낮게 제시된 감축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정부 부처 중에서도 지식경제부는 장관이 앞장서 반대 활동을 벌일 정도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해 경제 발전에 난항이 예상되며, (만약)감축 목표가 높게 설정되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기후변화위기 앞에 너무나 무책임하고 비윤리적인 태도이다.

지자체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 시에는 정책과 시정 목표가 있다. 과연 원주시는 시정의 목표대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가? 스스로 반성해 볼 일이다. 적어도 올 한해 이슈가 된 환경과 생태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원주시는 깊이 반성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고장 원주는 우리가 대대로 살았고 앞으로도 살 곳이다. 우리 자식들까지 갈 것도 없다. 어쩌면 우리 대에 가장 살기 어렵고 힘든 곳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대표적인 곳이 원주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파고 메우고 부수고 짓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인줄 정말 모른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