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주시의회가 뒤숭숭하다. 시의원 한 명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데 이어 지난 주에는 또 다른 의원이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그런가 하면 몇몇 시의원도 수사 대상이라는 등 시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어쩌다가 원주시의회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제5대 원주시의회는 지난 3년간 그 이전 시의회에 비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 왔다. 그 결과 지난해 대상민국의정대상에서 종합대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원경묵 시의장이 최고 의원상을 수상했다. 시의원들의 의정활동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의원발의 조례 건수가  90여건에 달한다. 역대 시의회 의원발의 조례건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외형적으로 나타난 것만 본다면 나무랄데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원주시의회는 도덕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물론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여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논란거리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있다. 만일 구설에 휘말려 있는 시의원들 중 한명이라도 추가 기소된다고 한다면 제5대 원주시의회는 비리 시의회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게 됐다.

문제가 뭘까. 현재 기소된 두 시의원이나 소문으로 떠도는 몇몇 시의원들이 구설에 휘말리고 있는 공통점은 시의원이라는 신분을 의정활동과는 무관한 일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사실 자치단체 공무원과 비교하면 시의원은 이렇다할 권한이 없다.  공무원은 예산을 집행하기 때문에 항시 비리에 노출돼 있지만 시의원은 예산 집행을 감시할 뿐 직접 집행하는 것은 아니어서 비리에 연루될 가능성은 적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문제가 야기되는 것은 집행부 감시라는 힘을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이용 당하기 때문이다.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 끈을 고쳐 매지말라는 속담은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명심해야할 격언이다. 그렇지않아도 구설에 오르기 쉬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 불필요한 언행을 한다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라는 것이다. 또한 자신은 그럴 생각이 없었더라도 상대방이 베푸는 특혜는 시의원이기 때문에 베푸는 것이라는 점에서 항상 경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검찰에 의해 기소된 두 의원은 설령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위라 하더라도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시의회는 두 의원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한다. 이번 사건이 개인적인 것이라고 해도 시민들 입장에서는 원주시의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것이기 때문이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내년 예산 심의 등 시의회가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다. 뒤숭숭한 분위기를 일신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원주시의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