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70년대까지만 해도 고질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던 식량부족 국가로서 굶주림은 천형과 같았다.

당시에는 쌀이 가까이 있어도 배불리 먹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쌀 생산량이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해 항상 쌀이 부족했고, 고구마 등으로 한 끼를 때우는 가정은 그나마 여건이 나은 경우였으며, 만나면 으레 아침 인사가 "식사는 하셨습니까" 였다.

특히 양력 5~6월쯤이면 가을에 걷었던 식량은 바닥이 나고 여름 곡식인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 굶주릴 수밖에 없었던 농촌의 어려운 사정을 표현하는 말로 '보릿고개'라 하였다.

이런 배고픔을 잊게 해준 것이 바로 통일벼로서 1971년에 품종이 개발되어 1977년에는 온 국민이 먹고도 남는 생산량 4천180만 섬을 수확함으로써 우리 국민들이 배고픔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이러한 배고픔을 겪었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쌀 농업 풍작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농민들이 시름에 잠기고, 한 해 동안 고생해서 경작한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현실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해 본다.

현재 우리의 쌀 자급률은 그나마 97%정도 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곡물 자급도는 겨우 27% 내외인 상황이다. 따라서 국제곡물가격 폭등은 물가인상 등 우리에게 심각한 상황을 가져다 줄 수 있다.

2008년도 곡물가격 폭등으로 곡물 수출국가들이 식량을 전략무기화 하여 웃돈을 주고도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물량만큼 구입할 수 없는 전략무기화 현상이 나타났으며, 앞으로 계속 일어날 것으로 본다.

세계 곡물가의 상승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석유 값 상승에 따른 대체연료로 옥수수를 짜서 만든 기름인 바이오연료로 차가 달리고, 또한 중국, 인도 등 거대 인구를 소유한 나라가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곡류와 육류소비량이 늘어 덩달아 곡물 소비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의 금년 쌀 예상 생산량은 468만톤으로 평년작 457만톤 대비 2.6% 증가하였으나 전년도 생산량 484만톤 보다는 3.3% 감소될 전망이라 한다.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단경기 쌀값하락을 방지하고자 '수확기 쌀 수급 및 가격 안정대책'을 발표하였다.

주요 대책을 살펴보면 첫째 올해 쌀 생산량은 작년보다 감소하였으나, 매입량을 지난해 보다 34만톤이 늘어난 281만톤으로 확대하였다. 이중 정부가 공공비축을 위해 48만톤을, 나머지는 농협과 민간 RPC를 통해 233만톤을 매입토록 하였다. 매입자금은 총 3조3천억원(정부 1조7천억원, 농협 1조4천억원, 추가분 2천억원)에 이르며 농협ㆍ민간RPC가 농가의 벼를 원활하게 매입하도록 자금지원확대와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원자금의 금리도 2%에서 0%로 낮추어 준다.

둘째 2008년도에 농협중앙회를 통해 매입한 4만5천톤과, 금년중에 수매하는 물량 중 29만톤을 공매를 유보하는 등 시장에서 격리시켜 2009년산 쌀 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

셋째 쌀 가공산업 시장 활성화를 통한 수요확대 추진을 위하여 2005년산 정부미(나라미) 판매가격을 kg당 1천446원에서 950원으로 내려 고추장, 떡볶이 떡, 막걸리 등의 가공식품에 쓰이는 밀가루를 대체하여 사용이 가능토록 하였으며, 또한 군인과 학교에 공급하는 급식에 쌀국수ㆍ떡ㆍ건빵 등에 들어가는 쌀 함량을 늘리고, 전국에서 5개학교를 선정하여 아침밥 먹기 등을 시범삼아 한 후 결과에 따라 2010년부터 대상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여러 대책과 공공비축벼 수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에 따라 산지 쌀값 하락은 빠른 시기에 안정될 것으로 보이며, 또한 불가피하게 떨어진 쌀값은 수확기의 전국 평균 쌀값을 적용하여 일정부분 보전해 준다고 한다.

끝으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우리의 식량, 주곡인 쌀은 자급자족 기반을 구축하고 지켜야 한다. 쌀 산업은 단순히 국민들에게 식량만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여름철 집중호우시 토양의 침식과 토사의 유출을 방지하는 국토보전 기능, 아름다운 국토 경관을 형성하여 국민의 보건휴양기능 등 여러 공익적 기능 등을 가지고 있어 비교우위의 시장경제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