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장 원주천에는 작은 구름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물에 비친 다리 모습은 유럽 베니스의 어느 다리 같이 아름답습니다. 물가 갈대 숲 사이로 보이는 청둥오리들이 모여 노는 모습은 우리들이 그리는 행복의 한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철다리 지나 조금 내려가면 보에 물이 고여 넓은 연못 같은 곳이 있습니다. 오후 서쪽으로 넘어가는 햇볕에 반짝이는 은빛 비단 물결은 바람에 흔들거리는 갈대들과 함께 어느 유명 호숫가의 아름다운 모습 못지않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한가로이 낚시하는 사람들이 부러워 보입니다. 겨울에 얼음이 덮으면 이곳은 철새들의 만남의 장소, 총 집합소가 됩니다. 영진아파트 강가의 넓은 잔디장에서는 어른, 아이들이 공놀이를 합니다. 봄에 핀 벚꽃나무들은 또 이곳을 하얗게 물들여놓기도 합니다.

쌍다리 위 강가에는 아침 햇살에 가까이 다가가 보기에 눈이 부셔 볼 수 없는 하얀 억새풀들이 바람에 춤을 춥니다. 그 옆 잘 익은 벼 같이 고개 숙이고 있는  갈대들은 억새풀의 친구가 되어 함께 살랑이며 멋있는 조화를 이룹니다. 그 수풀 속에서 참새들이 아침 합창을 합니다. 억새 갈대 숲속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치악산은 한 편의 산수화가 됩니다. 작은 다리 아래에는 물고기들이 사람 소리에 놀라 이리 저리 이동합니다. 치악교 아래 작은 공원에선 어른들이 여러 가지 운동기구로 운동들을 합니다.

반곡동을 지나 관설동 금대리로 이어지는 원주천은 주변의 오래된 집들과 함께 훼손되지 않은 옛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어 자연의 원초적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사합니다. 갈대와 억새로 이루어진 강가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장관입니다. 어디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정도입니다.

몇 십 년 전 원주천에는 보리·벼 찧던 물레방아가 여럿 있었고 빨래터에는 빨래 삶아주고 염색도 해주는 장사꾼까지 있었다 합니다. 여름에 어른들에겐 목욕터였고 아이들에게는 물고기 잡고 수영하던 놀이터였습니다. 단오절에는 시민들이 모여 그네타고 겨울에는 전국빙상대회도 개최하였고, 더 옛날에는 소금 실은 배까지 다녔다고 하지요. 이렇게 원주천은 주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활공간이었고 친숙한 놀이터였습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원주천을 걸으며 이곳의 아름다움을 깊이 느껴왔습니다. 그래서 원주에 사는 것을 행복해하고 있답니다. 대도시에 살다 원주로 이사 온 사람들에게 봉화산, 봉산뫼, 원주천 등은 원주에 살고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직장이나 가정 가까이에 산·강·자연이 함께 있다는 것에 감사할 것입니다. 실제로 제 친구들에게 원주천을 걸으며 전화를 하면 너무 부러워합니다. 또 어떤 지인은 원주천이 없었다면 원주에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원주천은 우리 모두의 마음의 고향이고 시민들에게 정서적인 즐거움과 건강을 제공해 주는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환경오염과 자연파괴 그리고 인간성 상실 등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원주천의 가치는 더욱 크다고 생각됩니다.

지금 중앙로 문화의 거리에서는 '아름다운 원주천' 사진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원주천을 걸으며 이렇게 시민들의 삶에 있어 중요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원주천이 점점 훼손되고 오염되어 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원주천을 더 아끼고 사랑하여 잘 보존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