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아이돌이 있나요?" "초콜릿도 팔아요?" "남남북녀란 말이 진짠가요?"

지난 2일 치악고등학교(교장: 오영세) 체육관. 난데없는 질문세례가 쏟아졌다. 통일은 남의 일이라고 여겼던 아이들에게 오늘 만큼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다.

한국자유총연맹 원주시지회(회장: 고영식)가 진행하는 '고교생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지난 2일 원주여고, 치악고를 시작으로 관내 모든 고등학교에서 북한 이탈주민들의 실감나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치악고 강단에 오른 이는 성원준(27) 씨. 함경북도 길주군 영남구에서 출생한 성 씨는 길주군 영남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말 어머니와 함께 중국을 경유해 탈북 했다. 현재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어엿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통일부 상생기자단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성 씨는 난생 처음 서보는 강단에서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지만 학생들의 호기심어린 눈을 맞추며 최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정성껏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갔다.

"어릴 때부터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고 자랐죠" 성 씨는 북한과 남한은 다른 점이 많지만 민족의식 만큼은 같다고 말했다. 인민학교 재학시절에는 '내 동생이 쌀과 돈을 싣고 남쪽 친구들을 도우러 간다'는 내용의 '찌찌빵빵 내 동생'이라는 노래를 배우는데, 북한 아이들은 남한이 빈곤하다고 교육받지만 모두가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 씨는 "나는 통일된 한반도에서 산다고 생각하며 귀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북에도, 남에도 살아봤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 그리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이 부럽다"는 말도 했다.

그는 북에서 우등생으로 자라며 대학진학의 꿈을 키웠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북에서는 20%만 대학에 지원하고 그 중에서도 출신과 집안을 따져 추려낸 10%만이 대학진학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 나머지는 모두 군대로 가는 것이다.

6.25에 참전한 그의 조부는 북한군 포로로 잡혀 평생을 아우라지 탄광에서 탄을 캐야 했고, 당시엔 포로교환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좌절돼 결국 땅굴 밑에서 생을 마감했다. 한국군이었던 조부의 출신성분 때문에 그는 대학진학을 포기해야했고, 당시엔 원망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이루고 싶은 꿈을 꿀 수 있는 나라"라며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힘주어 말했다.

북에서는 녹음기에 라디오장치가 포함돼 있으면 경찰서에 가서 등록하고 장치를 분리한 후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회주의체제 붕괴에 대한 두려움으로 라디오를 듣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통제되고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없다고. 그리고 우리가 공기처럼 생각했던 그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탈북을 시도한다고.

'나라가 못살아 초콜릿이 있겠냐'는 답변에 체육관은 애처로운 탄성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남남북녀보다 남녀북남인 것 같다"며 멋쩍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아이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이내 걷혔다. 아이들은 "남한은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북한은 무궁무진한 자원이 있다"며 "통일이 앞당겨져 더 큰 발전을 이루고 한민족이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교생 민주시민교육에는 이나경(36)·권효진(48)·김준성(34)·김윤(46)·김정원(35) 등 총 6명의 북한 이탈주민이 오는 14일까지 각급 학교에서 강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