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3일  점심나절! 
태장2동 주공아파트단지 주변에서는...

11월3일! 80회 학생의 날이다. 1929년 오늘 광주학생 항일운동을 기념하여 선배를 추모하고 애국심을 앙양하며 학원의 자율성과 면학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80회째 경축일!
요즘 학생들은 ‘학생의 날’을 알기나 하는지.......
11월2일 태백산맥 일대와 동해안에는 10센티미터 이상의 눈이 내렸지만 원주는 비로봉과 향로봉 남대 봉에 하얗게 모자를 눌러 쓴 것처럼 눈이 쌓였다.

태장2동 주공아파트단지를 둘러싼 회색빛 하늘만큼 을씨년스러운 날씨 속에 태봉교 난간의 ‘산불조심’깃발이 지나는 사람들에게 ‘불조심’하라고 바람에 펄럭이며 손을 흔들고 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흥양천은 요즘 물이 바닥을 채우고 있지만 지난여름에는 검붉은 물살로 다리난간을 위협하며 기세 좋게 흐르던 곳인데 요즘은 가을가믐 때문에 간신히 바닥을 채우고 그 속에 피라미며 송사리를 지금은 머리가 허연 갈대가 함께 키운다.

여름 내내 희망근로 어르신들께서 땀 흘리며 손질한 둔치와 제방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 아침저녁 걷기 운동하는 시민들에게 환~한 흥양천을 선사한다.

다리건너 원마트 옆 도로에는 평소 같으면 6-7명의 할머니들이 나와 푸성귀며 과일을 팔았는데 오늘은 할머니 한분만 장사를 하신다.  따뜻한 커피한잔을 뽑아드리고 ‘장사 어떠시냐?’ 여쭈니 “어! 누구? 장사는 무슨 장사!” 하신다. 받아든 커피를 고맙다며 한 모금 마신 후 “집에 푸성귀가 있어 나왔지 뭐! 얼른 팔고 들어가야지”  소초면 갓바위에서 고들빼기를 단으로 묶어 팔러 나오신 함영순(여 73)할머니가 비슷한 연배의 구매자와 가격을 흥정하신다. 오늘은 말동무도 없이 스산한 바람 속에 홀로하시는 모습이 늦가을 날씨만큼 추웠다.

가로수로 늘어선 은행나무가 노란 잎을 다 떠나보내고 앙상한 가지에 아직 미련처럼 달려있는 은행을 이웃 가게 어른이 발로 턴다. ‘후~두~둑’ 쭈글쭈글한 껍질로 땅에 떨어진 은행을 아주머니가 열심히 줍는다. 

가지를 떠난 은행잎이 흐드러지게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다 도로가에 소복이 모여 눈치를 보고 있다. 혹여 청소하시는 아저씨께 쓸릴까봐!
주공아파트 단지를 끼고 나있는 인도위로 막 학교에서 시험을 마치고 하교하는 학생들이 인도에 수북이 쌓인 은행잎을 밟으면서 지나간다. 고등학교 입시를 위해 서둘러 치러지는 3학년 마지막 기말고사를 치렀단다. 재잘재잘 시험얘기로 주변은 아랑곳 없이 바쁘다.

또 학생들이 지나간 도로변에는 양파, 파, 배추 등 야채를 파는 가판 뒤로 감을 팔고 있는 차량이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다.

주공1단지 앞 도로 택시 승강장에 기사분 서너 분이 모여 있다. ‘택시희망뉴스’ 신문을 보고 계신분! 담배를 피우는 분! 오순도순 ‘희망’을 얘기하고 있다.  ‘요즘 어떠세요?’  ‘경제가 어려우니 택시도 어렵습니다'. ‘잘 되시기 바랍니다.'  얘기 나누는 그들 뒤로 “좋은 이웃, 꿈과 희망이 넘치는 아파트” 주공1단지아파트 이정표가 우뚝 서있다.

도로변에 은행 나뭇잎에 묻힌 자전거 한대가 외롭지만 태봉초등학교 운동장엔 수업이 끝난 아이들이 철봉과 미끄럼틀에서 재잘재잘 노는 시끄러운 소리가 요란하게 흐릿한 날씨를 밀쳐낸다

태봉초등학교 체육관에 배드민턴회원을 모집하는 펼침막과 버스회차구간이니 주정차를 금한다는 펼침 막이 다정하게 위아래 걸려있고, 단지안 펼침막게첨대에는 모집, 행사안내, 설명회, 광고 홍보물이 그림 벽처럼 붙어있다

4단지 아파트건물 1층벽에는 무청을 가지런히 다듬어 새끼에 엮어 말리는 모습이 정겹다.

흥양천 둔치에는 원주 시에서 시공 중인 ‘흥양천자전거도로 및 걷기코스정비’사업이 한창인데 운동장이 비좁아 100미터 달리기도 할 수 없는 태봉초등학교 학생을 위한 ‘달리기 운동시설’이 기초공사를 끝내고 다음 공정을 기다리며 길게 누워있다. 체력은 국력! 공사가 진행 중인 걷기도로 위로 잔뜩 겨울채비를 한 어르신이 힘차게 걷고 있다.

건너편에서도 모자인 듯 든든하게 입고 아들과 엄마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기를 하고 있는 2009년 11월 3일 점심 무렵!
태장주공아파트단지 주변을 돌아봤다. 아직은 나무에 남아있는 단풍이 가을임을 알리고 있지만 기온은 뚝 떨어져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입은 옷도 상당히 두터워졌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스산한 늦가을속의 아이보리빛 아파트 숲을 춥게 하지만 아파트 안에 사는 주민들의 겨울 꿈은 따뜻하게 지펴지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