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지사 이전 예정지인 동화리 주민들은 벌써 수년째 원주시청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혹자는 왜 이렇게 소모적인 시위를 하느냐고 비아냥거림의 목소리를 던지기도 하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생존권이 달려있는 절박한 문제이다.

국방의 필요성이라는 대의(大義)에 공감하면서 주민들 역시 1군지사 이전을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1군지사 이전 추진방식이다.

원주시와 제1군지사, 토지공사강원지역본부는 지난 2007년 1월 3자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지금까지 1군지사 이전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때문에 이전 예정지인 동화리는 행위제한지역으로 묶여 주민들은 현재도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언론보도나 원주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3자 합의각서를 파기하고 군이 자체적으로 이전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다시 말해 1군지사 이전사업이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군이 이전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면 주민에게 득인지 실인지는 따져봐야 하겠지만 한 가지 분명히 주장하고 싶은 것은 3자 합의각서 파기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뤄진 행위제한 때문에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사업추진 이전에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원주시는 능력도 없는 곳과 합의각서를 체결해 사업을 추진하려 했고, 결과적으로 주민들만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

군이 이전사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면서 어떠한 주민대책을 제시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이는 그때 가서 따지면 되고 이전에 그간의 행위제한으로 인한 주민피해는 원인자인 원주시가 해결해야 한다.

사업을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주민의 다양한 요구가 귀찮기도 하고 가볍게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살아온 내 땅에 내가 집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또 헐값에 수용당한다고 생각하면 주민의 입장도 이해가 갈 것이다. 주민의 요구를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주민의 입장에서 사업이 추진되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또한 현시점부터 발생할 일은 주민의 동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제 개발사업은 관공서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발사업을 하더라도 이제는 처음부터 주민과 함께 해야 한다. 물론 개발사업 정보가 사전에 공유되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주민과 함께 토론하고 준비하면서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면 현재보다는 갈등도 대폭 축소될 것이고 사업의 방향 또한 창조적으로 제시 될 수 있을 것이다. 더디가도 함께 가자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국가는 관은 항상 옳다는 오만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주민들은 똑똑하고 끈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