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출신 김영진(金榮珍, 원주시장, 내무차관 및 국회의원 역임) 씨가 제25대 강원도지사(1985.2~1988.5)에 취임한 직후 공식석상에서 국도 5호선의 원주~춘천 구간 명칭을 원춘(原春)국도라고 호칭하자 춘천지역에서 춘원(春原)국도를 왜 거꾸로 부르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이를 당시 도내 유일 일간지 K신문사가 불만스런 가십(gossip)성 기사로 취급한 일이 있다. 도청 소재지라 하여 수부(首府) 도시라는 말을 즐겨 쓰는 춘천은 물론이고 발행지가 춘천인 K신문사가 '원춘국도'란 말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 전 지사는 나중에 원주 기자들만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그 발언은 춘천의 반응을 살펴보고 도내(도청)에서 소외되고 있는 원주를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것이었다고 속내를 털어 놓았다.

필자가 오래 전 옛날을 떠올린 것은 요즘 사라졌던 '강릉~원주'라는 표현이 앞서 언급한 바로 그 신문지면에 망령처럼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신문사는 지난 8월에 2건, 9월에 4건 등 모두 6건의 기사 제목에 '강릉~원주'라고 표기했다. 늘어나는 빈도로 보아 고의성이 의심되고 제목이기 때문에 눈에도 잘 띈다. 필자가 이 지면(원주투데이 특별기고 '원주~강릉 vs 강릉~원주', 2008.8.25)을 통하여 도내 2개 일간신문이 원주 강릉 구간 복선전철 관련기사에서 공식 사업 구간명칭인 '원주~강릉'을 무시하고 '강릉~원주'라고 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지적한 후 사라졌었는데 1년 여 만에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강릉~원주'로 표기했던 경쟁지 강원도민일보는 그 이후 '원주~강릉'으로 일관성 있게 정상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16일 '복선전철 조기착공 호소문'과 9월 24일 '복선전철 조기추진 촉구' 기사 2건은 각각 두 신문이 함께 같은 날 강릉지역 지면에 똑같이 머리기사로 다루었는데 도민일보는 '원주~강릉'으로 원칙을 지켰으나 그 신문사는 '강릉~원주'로 거꾸로 표기하여 확실한 차이를 나타냈다.

그런데 그 신문사가 전체 기사제목을 모두 '강릉~원주'로 표기하는 것이 아니라 강릉주재 기자가 송고한 기사만 '강릉~원주'로 표기하고 있다. 신문사가 왜 강릉을 우대(?)하는지 모르지만 원주시민의 입장에선 불쾌하고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표기이다. 두 지역을 공동의 독자로 할 경우 공식명칭 '원주~강릉'을 따름으로서 지명 표기순서의 시비가 없도록 하는 것은 상식이다. 편집을 강릉에서 하는 것도 아니고 본사 편집진이 그 정도를 구별하지 못할 수준도 아닐 터인데, 또 원주시민도 같은 독자인데, 아무리 좋게 이해하려고 해도 '이건 정말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원주시민은 독자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더구나 1년 전 이 지면을 통하여 공개적으로 부당함을 지적했는데, 왜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것일까?

국도 5호선은 경남 마산에서 평북 중강진을 잇는 도로 이름으로 원주~춘천 구간은 그중 한 구간에 불과하다. 때문에 원주~춘천이든 춘천~원주든 국가에서 공식으로 정한 이름이 없음으로 각자 부르기 나름이다.

앞서 춘원국도 예화를 소개했는데 만약 원주주재 기자가 원춘국도라고 기사를 송고하면 그대로 제목을 달아줄까? 공식명칭 '원주~강릉'을 외면하고 '강릉~원주'라고 제목을 달아줄 정도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 않다. 만약 원주와 강릉의 입장이 바뀌었다면 어찌됐을까? 강원 제1도시로 성장한 원주를 시샘해서 그러는 것은 아닌지? 갖가지 생각이 꼬리를 문다. '강릉~원주' 같은 망령이 되살아나지 않게 하려면 옳지 못한 언론에 대한 범시민적 거부운동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민 모두가 똘똘 뭉쳐 도내 인구 1위 원주의 따끔한 맛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