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생이 58명인 봉대초교 어린이들은 수업을 마치면 교내 골프장으로 달려간다.

정대인 교장·정재화 교사 부임 후 골프장 활성화에 앞장
저학년용·고학년용·일반용 각각 갖추고 주1회 골프지도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봉대초등학교(교장: 정대인) 아이들은 집 대신 골프장으로 몰려간다. 소규모 학교 아이들에게 골프란 평생 접할까 말까한 낯선 스포츠에 지나지 않지만 봉대초 아이들에겐 쉬는 시간 놀잇감으로 적격인 친근한 스포츠다. 방과 후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학교 옆에 조성된 골프장으로 달려가 가방을 냅다 던지고는 퍼팅놀이를 시작한다. 어제는 짝꿍에게 등위를 뺏겼지만 오늘만은 질 수 없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순위를 매기고 등위가 결정되는 순간, 환호성과 야유를 동반하며 아이들 희비는 엇갈린다.

봉대초는 1946년에 개교해 60여년의 역사를 지녔다. 전교생 58명, 특수학급을 포함해 7학급이 전부인 작은 학교지만, 도심학교 학생 부럽지 않은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언제든 찾아가 골프채를 휘두를 수 있는 널찍한 학교 골프장이 있다는 것.

봉대초 골프장은 지난 2005년 조성됐다. 테니스장을 없애고 골프장을 조성했지만 1~2년 만에 사장되다시피 했다. 골프지도교사가 타 학교로 전근을 갔기 때문. 교사의 특성에 따라 특기적성교육의 성격이 판가름난다해도 과언이 아닌 소규모학교에서 지도교사의 부재는 골프교육 자체를 폐강시키기에 이르렀다. 정대인 교장은 "처음 학교에 발을 들이며 이 골프장을 다시 살려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골프교육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정 교장이 작년 이 학교에 부임하면서 골프교육은 활성화됐다. 예전에는 소수학생들을 위한 골프장이었다면 이번에는 저학년 꼬마부터 고학년 언니·오빠, 심지어 지역주민들까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으로 재탄생됐다. 게다가 정재화 체육전담교사의 전입은 시설과 학교장의 의지에 더해 지도인력이라는 요구조건을 충족하며 완벽한 삼박자를 갖추게 됐다.

정 교사는 10년 이상 경력을 자랑하는 테니스 지도자다. 테니스 명문 원주여중에서 지도자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골프에도 일각연이 있는 그에게 봉대초로의 전근은 딱 맞아떨어진 셈.

정 교사는 "처음엔 풀이 무성할 정도로 방치된 곳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교장은 992㎡에 이르는 골프장을 다듬고 망 작업도 새로 했다. 200만원이 넘는 학교예산을 투입해 일반 연습용 클럽과 어린이용 풀세트, 어린이용이 작은 고학년들에겐 크기에 맞는 풀세트까지 장만했다.

'알찬 꿈을 실현하는 미래 창조인 육성'이라는 교훈처럼 "아이들이 저마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이 필요하고 그 체험을 학습과 접목시켜 실속 있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한 지원은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정 교장의 설명이다.

전교생은 주1회 학년별 골프시간에 맞춰 골프지도를 받는다. 기본기와 스윙, 각종 기술을 배우고, 방과 후에는 언제든 찾아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봉대초 골프교실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발견한 학생도 있다. 봉대초 병설유치원 시절부터 봉대초와 인연이 있는 김은정(6년) 양은 학교의 특색교육으로 2학년 때 부터 골프를 접할 수 있었다. "공부보다 골프가 좋다"는 김 양은 "중학교 진학 후에도 지속적으로 골프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학교가 아니었다면 골프가 나에게 맞을 거라곤 평생 알지 못하고 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심권에 살지만 일부러 농촌학교에 입학시킨 김 양의 부모도 골프로 진로를 결정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 봉대초에 감사의 뜻을 밝히고 있다.

가장 좋은 점은 골프장이 마을의 문화체육시설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주민 및 학부모도 언제든 방문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정 교장은 "주민들 이용률은 높지 않지만 골프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말했다. 평일은 물론이고, 열성적인 정 교사가 토·일요일에도 골프장에 나오곤 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이용할 수 있다.

교사들의 열정과 탁월한 인성교육, 용이한 접근성까지 장점들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지면서 도심권 학부모들의 자녀 전학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또 이미 현재 재학 중인 학생의 상당수도 도심권 거주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정 교장은 "학교는 지역의 구심체가 돼야한다"며 "월요일 출근해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일이지만 그조차 학교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김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