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세로 8억원 호가
원주에 2천명 가량 소유

1970년대 거래된 유선전화기 가격을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얼마의 가치를 지닐까? 당시 매매가 가능했던 백색전화 가격은 260만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당시 서울의 165㎡(50평형) 아파트 가격이 230만원 안팎이었으니 당시 전화기 한대 값을 요즘 시세로 환산하면 8억원을 호가하는 셈이다.
　지난 2004년부터 백색전화에 대한 사유재산권 보장을 위해 KT와 손해배상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안창호 씨는 "1965년 백색전화는 4만7천원에 판매했다"며 "당시 4급 공무원 봉급이 4천990원으로, 10개월치 봉급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백색전화는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는 것.
　안 씨는 "65년 백색전화를 구입해 전화가입권을 획득하고 사용했으며, 제도적으로 보장됐기 때문에 시장가격으로 거래됐다"고 말했다.
　백색전화는 1970년 8월 30일 이전의 전화이며, 사유재산권이 보장된 전화로써 전국 가입자수는 45만7천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청색전화는 1970년 8월 31일 이후 국가가 소유하면서 매매를 금지한 임대전화이다.
　정부는 백색전화와 청색전화를 KT에 승계, 전화망이나 각종 설비 등을 구축하는 자본으로 사용했다. 문제는 백색전화가 개인 소유인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소유자 동의없이 가격을 책정해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 씨는 "KT가 임의로 백색전화를 17만4천원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99년 8월 기본요금을 제외한 8만2천원을 계좌이체했다"고 밝혔다. 특히 계좌이체가 이뤄지지 않은 세대는 3천700원의 기본요금을 부과하고 이체된 세대는 1천500원씩 인상해 5천200원을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씨는 "사유재산권이 보장된 전화를 KT가 자산으로 사용했고 소유자도 모르는 사이에 가격을 책정하고 가입비를 환불하는 등 한푼도 반환받을 수 없는 전화로 변경했다"며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개인재산을 침해한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 씨는 원주의 백색전화 소유자가 2천여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70년대 이전에 전화를 소유했던 사람들은 이미 사망했거나 기억조차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위해서라면 함께 부당함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