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화의 속도가 급가속되면서 점점 더 적응이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 보기 어려운 혼란의 시대다. 이러한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가야할 방향을 정해주는 지도와 목적지를 지도자는 명확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야할 길 방향을 정해주는 지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해서 지도자인지도 모른다. 혼동의 시대 우리 대부분은 시야와 방향감각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때 사람들은 대중의 두려움을 조정할 줄 아는 포퓰리즘적 지도자만 바라보거나 다른 집단을 불행을 낳는 원흉으로 비난하는 것으로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하기 십상이다.

빌 클린턴은 퇴임 후 어느 강연에서 93년 백악관에 들어갈 때는 웹사이트가 50개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가 2000년 백악관을 나갈 때는 무려 3억5천개 이상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변화는 우리 삶을 크게 바꾸고 있다. 급속한 변화만큼 불확실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과학과 통신기술의 발달은 세상을 하나의 지구촌으로 만들고 있다. 수렵시대에서 농업시대, 아니 봉건시대에서 산업 시대로 변화에 비견될 만한 엄청난 시대적 변화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산업시대에서는 중대한 변화가 몇 백년에 걸쳐서 일어났지만 이제는 한사람의 일생보다도 짧고 한사람의 일생에서도 몇 번에 걸쳐 시대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 하나의 세계는 이미 죽었고 다른 하나는 아직 태어날 힘도 없는 미생물에 가까운 세계의 사이에 우리가 끼어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우리를 더 두렵게 만들고 있고 그 두려움은 정부와 정책 그리고 남을 탓하기 쉽다. 기술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도덕적 신념은 점점 더 갈피를 잃고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 지역이든 기업이든 마을이든 지도자가 갈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으면 브레이크 없는 차를 몰고 여행하는 것과 같은 상태에 있게 된다. 그래서 더 두렵다.

지도자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안내할 지도가 있어야 한다. 그 목적지는 우리 모두가 함께 힘을 합해야 갈 수 있는 꿈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꿈이 단순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꿈이어서는 안 된다. 지역주민들의 중지를 모은 꿈이어야 한다. 그렇게 중지를 모은 꿈이어야만 지도자는 더 큰 추진력으로 더 빨리 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제대로 된 진단도 없이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길을 재촉하는 것은 점점 희미해지는 길로 접어들어 어렵게 되면 서로를 의심하고 남들을 원망하게 된다. 남들이 많이 간 길이 아니라 뭔가 다른 길을 가야할 때가 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질러서 가려면 지도가 있어야 함께 가야하는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 

이때 제대로 된 지도자라면 반대편의 의견 내는 사람들을 너무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내가 지도를 보고 확신에 차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기 때문에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 차이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조너선 색스는 '차이의 존중'이라는 책을 통해 그 차이를 존중할 줄 모르는 것을 플라톤의 유령이라고 불렀다.

자신의 종교만이 진리이자 생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 유령이다. 지도자도 자기 생각만 옳다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 또 지도자는 가격만 알아서는 안 된다. 어떤 가치를 구성원들이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할 줄 알아야 한다. 불확실성 시대, 혼돈의 시대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일깨워 주는 사람이 지도자여야 한다. 자본주의시대,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몰염치한 문화는 가치를 등한시하고 냉소주의를 제도화하기 때문이다.

꿈과 희망은 텅 빈 개념에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모든 지역에서 생겨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우리 자신 속에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함께 가야할 길이라면 더 신뢰하고 우리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우리 자신을 믿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돈만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사회적 자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