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시설관리공단을 설립하기 위한 용역을 시행해 놓고 시민사회단체와 시의회가 공단설립에 부정적으로 나오자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였다. 용역을 시행할 때만 해도 이번만큼은 공단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시의회가 시설관리공단설립심의위원회 구성을 위한 위원 위촉을 거부하는 등 밀이부치기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포기한 것은 아니다. 여론도 좋지 않고 시의회도 동의해 주지 않는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시설관리공단 설립에 대한 시장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김기열 시장은 공무원 정원이 묶여 있고 총액인건비제도로 인원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 시설관리 업무에 50여명의 공무원을 투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그 인원을 새로운 일에 투입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는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들도 억지주장을 펴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대 정권을 거치면서 나타난 공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다. 공단이나 공사가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하는 상황이고 보면 시민들이 공단설립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또한 공단 직원들의 보수 수준을 공무원보다 한단계 낮추게 되면 지금보다 연간 8억원 정도 예산이 절감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것도 공단이나 공사가 적자를 보면서도 각종 수당을 부풀려 엄청난 임금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단 설립이 바람직하냐의 논란은 공단 설립 그 자체보다 단순 시설관리에 투입돼 있는 공무원의 비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에서 부터 시작돼야 한다. 또한 원주시의 주장대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업무에 투입할 인력이 부족한지,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작정 시설관리공단이 모든 문제의 해결인양 밀어부치려고 해서는 소모적 논쟁만 계속될 뿐이다. 이러한 고민을 시의회,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풀어나가려고 한다면 보다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아울러 시설관리 업무를 공무원 이외의 사람들에게 맡긴다면 꼭 공단의 형태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검토해 봤으면 한다. 원주시는 2001년부터 거리청소를 민간업체에 맡겨 처리하고 있다. 용역업체가 부도덕한 회사운영으로 말썽을 빚었지만 청소업무 자체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시설관리공단 설립문제가 원주시와 반대하는 측의 힘겨루기나 무조건적인 자기 주장으로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설관리공단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됐던 시점으로 되돌아가 지혜를 모으고 공감대를 도출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