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문화재단의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지역 문화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관 주도의 한계에서 벗어나 기구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살리기' 위한 민간단체의 원주문화재단을 발족시키자는 갸륵한 의지를 존중하며 주목해왔다.     

원주문화재단(이하 재단)의 역할은 지역의 풀뿌리 문화단체나 개인의 창의적인 문화욕구를 지원함으로써 원주 문화예술의 발전을 견인해 내는 것이다. 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핵심주체는 이사회이다. 재단 이사회의 윤곽이 드러났다. 당연직 이사 4명(선출직 상임이사를 포함)을 제외한 문화계 4명, 경제계 4명의 이사가 선출되었다. 이사회는 발기인이 된다.

민간기구로써 재단이 독립하겠다는 것은 자율성과 다양성을 담보하여 창의적인 기구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이사회 선출 직전 추진위에 포함되어 활동해온 인사가 탈퇴하는 일이 발생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였던 이사회 구성의 결과는 결국 많은 이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이참에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여 차후에 논의될 이사회의 보완에서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첫째, 일부 문화단체의 핵심인사가 3명이나 이사회에 포진하여 균형을 살리는 논의 과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들은 경제계, 지역문화산업의 전문성, 그리고 문화단체를 대표한다는 입장에서 포함되었다. 유독 그 단체에 소속된 인사가 경제계와 문화산업계를 대표한다는 것인데 누가 봐도 설득력이 없다. 기회만 있으면 자기사람 심기에 골몰하는 정파적 노림수가 취약한 지역 문화계를 망치고 있다. 쏠림과 편중의 회의 구조가 과연 지역 예술계의 다양한 요구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자치단체의 행정 라인과 뿌리 깊게 결탁해온 문화예술의 기득권 세력은 경험적으로 보아 행정당국의 기회주의적 조력자 역할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척박하고 가난한 지역 문화 판에서 문화예술의 기득권 세력이 이틈에 영역 확장을 도모한다면 창의적이고 열린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밑으로부터의 다양한 문화수혜 욕구는 차단될 것이 뻔하다. 당연직 4인의 이사를 포함한 3명이 소속된 문화단체가 관행적으로 결탁하여 그려나갈 그림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셋째, 추진위원회의 8, 9회의 운영과정에서 도출된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합리적인 운영이 행해져야 할 것이다. 추진위의 회의 과정에 담겨있는 내용은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하는 고민이 실려 있기 때문이다.

15명의 이사회 정원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당연직 3명과, 선출직 상임이사 1명을 제외한 3명 이사의 발탁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되는 선택이어야 한다.

원주지역문화의 원형을 계발하고자 하는 전략적인 노력으로 다양한 계층의 요구와 기대를 합리적으로 조직화 해 내는 이사회로 보완되어야한다. 여성사회의 문화적인 전망과 요구를 수용하는 노력은 물론 지역과 세계적 문화풍향에 대한 인문적 혜안을 소유한 학계의 인사, 그리고 지역문화의 정체성 구현에 적극적인 문화전략가의 역할이 기대되는 이사회로 거듭나길 바란다.

원주문화의 토양이 이렇게 척박할 수 없다. 지역사회에 터를 잡고 사는 우리 모두의 분발과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이왕 재단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시민의 생활현장, 지역 예술인들의 현실로 찾아 나서며 투명하고 실용적인 지원정책을 입안함으로써 초라한 지역 문화예술계의 불씨를 살려야한다. 신자유주의로 일컬어지는 세계화의 침울한 그림자가 어둡고 깊은 이 시대, 원주 문화예술 중흥의 중심에 언제나 원주문화재단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