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복합단지 탈락에 따른 원주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60여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지난 19일 모임을 갖고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꾸려 정부의 정치적 결정을 규탄하고 정부가 원주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 첨복단지 수준의 지원을 약속할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현안문제에 대해 이처럼 신속하게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첨복단지 선정 결과에 대한 허탈감이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산업이란 용어조차 생소했던 12년전부터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이제 막 꽃을 피우려고 하는 시점에 갑자기 정부가 나서 훼방을 놓았으니 분개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일시적으로 훼방만 놓았어도 화가 날텐데 그동안 1천300여만원이나 투입해 쌓은 탑이 허물어질지도 모르게 됐으니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정부도 이러한 원주민심을 느꼈는지 입지선정 발표 이후 원주민심을 달래기 위한 다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원주에 대한 특별지원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원주 부시장을 청와대로 불러 원주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요구사항을 물었다고 한다. 또한 다음달에는 지식경제부 장관이 원주를 방문해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요구사항을 직접 들을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보면 원주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 꽤 많은 지원을 검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세차례나 원주를 방문하면서 의료기기산업을 높히 평가했고, 정부도 여러차례 지자체 모범사례로 거론해 놓고 정작 국책사업에서는 제외시킨 것은 지역균형발전보다는 표가 우선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원주시민들이 분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정부가 취해야할 조치는 원주민심 달래기가 아니라 이번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책사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또한 원주를 탈락시킨 것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몇 천억원 던져 주고 무마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번 선정결과를 전면 백지화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면 원주를 추가로 선정하는 방법도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은 국비지원 못지않게 국가가 지원하는 의료기기산업도시라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선정도시들은 장기적으로 엄청난 예산을 지원 받는데 원주는 일시적으로 몇 천억원 지원해 주고 알아서 해보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원주시나 시민사회도 정부의 사탕발림 정책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강원도가 이런 식으로 당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