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8일 열린 원주시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 설립 주민공청회에서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설립을 반대했다. 그러나 원주시는 공단 설립 강행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필자는 공단과 같은 지방공기업은 설립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원주시가 처음 원주시도시공사(공기업) 설립을 시도한 것은 2003년 8월 김기열 시장이 3대 민선시장으로 취임한지 1년여가 지난 시점이었는데, 이유는 남원주역 역세권 사업과 서민용 영구임대주택사업 등 수익성 개발사업과 이번에 공단 설립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과 같은 종합운동장, 치악체육관, 치악예술관, 농민문화센터 등의 시설관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원주역의 남원주 이전 일정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역세권 사업은 그 자체가 억지 용역이란 점과 시장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공기업은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는 지적,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전국적인 지방공기업 설립 붐이 퇴직공직자와 선거 때 도와준 사람들의 논공행상을 위한 취직용이라는 여론에 밀려 취소됐다.

두 번째 시도는 김 시장이 4대 민선시장에 취임(2006.7)한지 얼마 되지 않은 2007년이었다. 연초부터 군불을 때더니 같은 해 4월 17일 김 시장이 시의원 간담회에 갑자기 예고 없이 참석해 원일프라자 해법으로 도시공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힘으로서 표면화 됐고 뒤이어 원경묵 의회의장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에 원주시는 기다렸다는 듯 의회도 도시공사 설립을 요구한다는 등의 이유로 타당성 용역을 발주하는 등 설립을 서둘렀다. 2007년 12월 원주시 의도대로 용역은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를 근거로 2008년 10월 도시공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런데 2007년 12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기존 국가공기업의 적폐를 지적하고 공기업의 민영화 또는 통폐합 등 강력한 개혁의지를 표명하자 2008년 1월 갑자기 설립을 유보한다면서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 세 번째는 지난 5월 갑자기 한국자치경영평가원에 공단 타당성 조사 용역을 발주하면서 표면화 됐다. 그런데 시설공단은 도시공사와 업무 내용이 대부분 중복돼 이름만 다를 뿐 별 차이가 없다. 때문에 원주시가 공기업 설립에만 급급해서 1년여 전 스스로 유보(취소)한 도시공사를 이름만 바꿔 다시 설립하려 한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원주시가 집요하게 공단 설립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과정을 종합해 볼 때 설립의도가 이번 역시 2003년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퇴직공직자 및 자기사람 취직용이라는 지적이 크다. 더구나 설립시기가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내년 1월로 돼 있는데, 2번씩이나 무산된 사안을 단체장과 지방의원 임기 말에 서둘러 다시 시도함으로서 그런 추측을 가능케 한다. 다음으로 용역 발주에 문제는 없었는가? 살펴보자. 원주시는 매번 3천만 원 내외의 거액을 들여 용역을 발주했으나 2차례 용역결과는 스스로 시책에 활용하지 않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돼버렸다.

이는 스스로 용역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처음부터 용역을 명분용 요식행위쯤으로 생각하고 사업추진에 들러리 세웠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불필요한 용역에 거액의 예산을 낭비한 결과를 가져왔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자치행정이란 스스로 한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한 몫인데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이는 원주시가 그동안 타당하다는 용역결과를 명분삼아 추진했거나 추진하려는 다른 사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민이 선거로 위임해준 행정권한(예산 집행)의 남용이며 원주시 행정의 전반적인 신뢰성과 직결되는 사항이다.(필자의 글 참조, 원주투데이 시평 '용역비는 눈 먼 돈인가?'2004.12.20,.'용역남발 방지 조례제정의 뜻은' 2007.5.14).

또 용역업체 선정을 제대로 했는가? 살펴보자. 원주시의 공기업 관련 3차례 타당성 용역은 모두 (재)한국자치경영평가원에서 했다. 

평가원은 1992년 지방자치제 실시에 맞춰 내무부(현 행정안전부)가 설립한 산하단체이며 현재 이사장직은 강원도 부지사를 역임한 퇴직공직자가 맡고 있다. 평가원은 지방공기업 설립 타당성 조사도 한다고 하지만 기관이름 그대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경영을 평가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설립목적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기업 및 경영 사업에 대한 경영지도 자문 및 진단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용역을 수행 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리고 차후 원주시 자치경영을 평가할 때 자기가 돈을 받고 용역 해준 것을 자기가 평가하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용역을 수행했음에도 단 한건도 내용을 게시해 놓은 것이 없다. 원주시는 왜 이런 곳에 3차례나 똑 같은 용역을 의뢰했는가? 나중에 자치경영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2007년 1월 원주시가 원일프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주시 공공청사(보건소 및 도서관)건립타당성조사를 의뢰했는데, 평가원은 원일프라자에 도서관이 들어설 경우 연간 160만 명이 찾는 등 원일로 상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용역결과를 납품했다. 그러나 현재 도서관 대신 영상센터가 입주했다. 참으로 한심한 용역결과에다 신뢰성 없는 원주시 행정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이상은 원주시가 공단 설립에만 급급하여 무리수를 두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공기업은 가능하면 만들어선 안 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자 한다. 국가공기업의 적폐(병폐) 때문에 참여정부 시절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민영화 하려다 구성원들의 반발에 손도 못 댔고 이명박 정부 역시 민영화 대신 주공과 토공을 합치는 선에서 타협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에는 시설을 관리하는 공단임으로 문제가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궤변일 뿐이다.

수지타산을 이유로 입장료 사용료 등의 인상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임금도 올리려 하는 공기업의 속성은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이기 때문이다. 도내 춘천시와 속초시가 시설관리공단 설립으로 서비스가 향상됐다는 보도는 들어보지 못했고 공단 이사장의 연봉이 1억 원을 넘고 직원들의 연봉도 높게 책정하여 감사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공단 설립은 결국 준공무원의 증원과 마찬가지이다. 공기업은 설립당시 단체장 지방의원 등 유력인사들에게는 취직에 선심도 쓰고 하여 좋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시민에겐 짐이 되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려는 공기업의 못 고치는 병폐 때문에 애물단지가 된다. 현재 공기업이 없는 원주시는 천만다행이다. 공기업을 설립하지 않고도 잘하는 것이 정말 잘하는 자치행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