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창군 부안면 돋음볕마을. 벽화에 마을 사람들을 그려 넣어 눈길을 끈다.

공공건축은 지역생활문화 거점을 조성하고 지역내 유·무형 자산으로 정착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어하는 장소를, 공공건축을 통해 생활서비스의 중심이자 교육 및 문화의 집적장소로 조성하는 것.

건축가가 중심이 돼 지역주민 관점으로 시공한 공공건축물, 지방자치단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해 만든 주민을 위한 공공건축물,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공공디자인 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국내 12개 단위사업을 한 곳으로 묶은 금산다락원, 무주프로젝트, 돋음별마을의 마을디자인을 통해 공공건축물의 올바른 방향과 대안을 모색해 본다.

▷멀티플문화센터 금산 다락원

	▲ SBS 패밀리가 떴다 프로그램 출연자가들이 그린 돋음볕마을 벽면의 낙서.

금산다락원은 여러 시설을 분리함으로써 생기는 예산 낭비적 요소를 없애고, 7개 중앙부처가 지원하는 12개 단위사업을 하나로 통합해 건립한 21세기형 멀티플문화센터이다.

이 센터는 생명의집(문예회관), 건강의집(보건소), 만남의집(관리동), 문화의집(문화원), 장애인·청소년의집, 노인의집, 여성의집, 농민의집, 활력의집(금산스포츠센터) 등 분야별 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주민이 찾기 쉽고,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되어 있다. 한 곳에서 문화, 복지, 교육, 체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획기적 공간이다. 또한 센터를 도심에서 가까운 주거지역 내에 배치해 이용 가능인구를 크게 늘렸다.

설계와 건물신축 과정에서도 비용이 절감됐다. 분야별 시설을 별도 발주하지 않고 통합발주함에 따라 설계비 2억6천만원과 지도·감독 공무원 배치에 따른 인건비 2억9천만원이 절감된 것.

또한 인근에 있는 칠백의총, 금산위성통신지구국, 인삼약초시장 등과 연계해 광역 문화체험 공간으로 조성,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뿐만 아니라 수준높은 공연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금산다락원 전해철 씨는 "정부 각 부처에서 지원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아 수차례 감사를 받으면서도 예산이 지원되면 모아서 공사를 발주하는 방식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며 "3대가 동시에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다락원이 유일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주민을 위한 공공건축 사례

무주군 안성면사무소에는 보건진료소와 예식장, 공중목욕탕이 있다. 주민들은 면사무소에 들러 민원을 처리하는가 하면 진료를 받고 목욕도 한다. 대다수 주민들이 고령이며,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복합시설로  만든 것이다. 무주공설운동장은 체육행사 때 주민들이 햇볕에 노출돼 불편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해 운동장 관람석에 등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었다. 공공건축시 이용자인 주민들의 입장에서 접근한 것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주 공공건축에 참여한 기용건축 정기용 대표는 "한 건축가가 지역에서 10여 년 동안 공공건축을 디자인 하기는 어렵다"며 "지금 생각하면 기적에 가까운 일을 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면사무소에 가장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설문조사를 했다고 한다. 공공건축은 주민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불편해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디자인도 주민들이 얼굴을 마주보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 대표는 "모든 농촌은 도시화로 인한 후유증을 앓으면서 동시에 세계화 여파에 시달리는 중"이라며 "형식과 구호에만 머무는 마을 만들기 사고에서 탈피해 농업과 농촌 문제를 전 국토의 공간 재편문제와 함께 생각할 때"라고 공공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주 공공건축 프로젝트는 무주군수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에 실현 가능했다. 시설별 발주부서와 시설 담당부서가 달랐으나 대부분 프로젝트는 군수의 직접 지시로 수행됐다.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시설별로 부서가 달라서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없었다.
　
▷주민이 참여한  공공 디자인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촌관련 프로그램은 대부분 자치단체 주도로 추진되거나 외부 업체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창군 부안면 안현 돋음볕(처음으로 솟아오르는 햇볕) 마을 프로젝트 사업은 주민이 참여해 주민을 주제로 사업을 펼쳐 성공한 사례다. 공공디자인 연구소 송주철 소장은 "전국 곳곳에서 농촌마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민과 무관하게 추진돼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거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돋음볕 마을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주민들이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평범한 주민들 얼굴을 벽화로 그렸는데 예술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린 파격적 소재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7개월 가량 주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 주민 이용시설을 통합해 건립한 금산다락원 생명의집 입구.

 안현 돋음볕 마을 국지호(51) 이장은 "사업을 시작할 때는 행정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니 업체도 그저 그럴 것이라고 여겼다"며 "그러나 작품 주제가 주민이라는 업체 관계자의 설명에 마음이 열렸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 이후 주민들 생각이 바뀌었는데 주민들 의견이 존중되고 사업에 주민이 주제가 됐기 때문"이라며 "벽화는 주민들이 매일 보기 때문에 주민들 마음에 들지 않는 벽화는 다시 그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기영기자 k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