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주간 원주투데이 보도 중 군사시설과 관련한 기사가 눈에 띤다. 하나는 판부면 서곡리에 주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190만8천270㎡(약 60만평) 규모의 전술훈련장 추진기사이고, 또 하나는 문막에 '국방개혁 2020'에 따른 지상작전사령부 설치와 동해안의 사단급 전투부대 이전설이 그것이다. 서곡리는 이미 사실로 밝혀진 것이고, 하나는 아직 미확인 보도이다.

특히 주민들이 입수한 서곡리 전술훈련장은 수류탄 투척장과 기관총 및 박격포 사격장을 포함해 전투부대의 훈련장으로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닌 밤중의 홍두깨요, 날벼락 같은 이야기다. 또한 문막의 경우도 그것이 사실이라면  문막을 중심으로 해서 서곡을 잇는, 원주의 서남부를 잇는 거대한 군사시설단지와 훈련장이 들어서는 형국이다. 이것은 서곡리와 문막 주민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원주는 한국전쟁 이후 80년대 초반까지 1군사령부와 캠프롱, 공군비행단, 38사단, 국군병원, 76훈련단, 육군 항공단, 하사관학교 등이 주둔해 80년대 이전의 원주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원주를 군사도시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80년대 이후 군부대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최근에는 캠프롱과 도심 내에 있던 1군수지원사령부도 떠나게 되어 원주는 군사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다.

군부대의 이전과 주둔은 국방부의 필요에 의해서이거나 지방자치단체의 이해와 욕구가 맞물려 진행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군부대의 주둔은 중앙정부인 국방부의 주도로 이루어지며 비극적인 남북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래도 중앙정부와 국방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보도에 따르면 '국방개혁 2020'에 의거해 우리군의 기본정책은 병력은 줄이고 무기는 현대화하며 효과적인 지휘체계를 구축하여 기동력 있는 군사력을 갖추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 2015년까지 1·3군사령부를 통합해 지상 작전사령부를 세우는 것도 그 한 가지다. 그런데 통합된 사령부는 전체 육군을 지휘하는 부대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따른 군수물류 공급기능과 경비부대를 동반하게 된다.

현재 이전이 확정된 1군수지원사령부도 국방부쪽 주장은 '국방물류센터'라고 한다. 현재 부대의 이전과 주둔은 기존의 부대체계가 아니라 새로운 국방체계에 따른 부대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문막쪽의 1·3군통합 지상군작전사령부의 이동과 경비사단의 이전은 설이 아니라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서곡리의 전술훈련장도 기존의 예비군훈련장(치악전술훈련장)과는 규모와 용도운용계획이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각종 전투화기의 훈련시설은 그것을 이용할 만한 군부대의 설치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서곡의 전술훈련장이 단순히 예비군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수준 높은 전투부대 운용에 필요한 시설일 것이라는 짐작이 틀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원주는 최근 동서남북으로 뚫린 도로망과 수도권과의 인접성으로 인해 교육문화도시로서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 그리고 도농통합도시로서 생태적 전원도시의 전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대규모 군부대의 주둔과 훈련으로 또 다시 군사도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서곡리와 문막의 군부대 주둔과 관련된 민주주의 훼손과 의혹은 이제 원주시와 지역 국회의원이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시민들에게 해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밀실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추진하는 정책이 될 수밖에 없고 시민들의 의혹은 높아져 갈 것이고 그것은 사회적 불신을 심화시킬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방정책도 주민생활과 직결되어 있다면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맡겨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은 국민을 지키기 위한 국민의 군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