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도시를 만들자. 많은 도시들이 추구하는 도시들이 흔히 내세우는 구호중 하나다. 선진도시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도시에 비해 앞서가는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삶의 질이 높은 도시를 말하는 것이다.

원주시도 선진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식적인 구호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도시발전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삶의 질 향상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주시의 노력은 일정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인구가 증가하고 건물, 도로, 기업체 수 등 도시발전 지표들이 빠르게 상승해 우리나라 도시들 중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로 손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주시는 선진도시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선진도시가 갖춰야할 중요한 요소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선진도시 시민들이 갖춰야할 시민의식이다. 선진도시는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기초질서와 규범이 시민들의 생활속에 체화되어 있고 법과 상식, 남을 배려하는 문화가 그 사회 속에서 묻어나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춰볼 때 원주시민들의 시민의식은 선진도시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쓰레기 무단투기와 관련해 무실동에서 있었던 사례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 6월 무실초교 인근에 CCTV 3대가 설치됐다. 공교롭게도 설치된 장소가 쓰레기 무단투기가 성행하던 곳들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카메라가 설치된 이후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버리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무단투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장소가 바뀐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음에도 몰래 버리던 사람들이 CCTV가 등장하자 장소를 옮겨 버리는 것이 원주의 시민의식 수준이다.

쓰레기 무단투기는 쓰레기봉투를 구입할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공동체 규범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쓰레기뿐 아니라 불법주정차 행위, 불법현수막 부착, 자전거도로에 물건 적치 등 공동체 생활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시민의식으로는 절대 선진도시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도시가 외형적으로 발전한다고 해서 저절로 시민의식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자치단체와 시민사회가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외형적 발전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반면에 성숙한 시민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성숙한 시민사회로 진입하는 첫번째 관문은 법질서 확립이다. 규범을 세우는 일은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일관되면서도 강력한 단속으로 규범을 준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게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