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본 씨는 원어민 영어수업을 참관한 뒤 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다.

70년대 초 영어교육 봉사
동료 한국인 교사와 결혼

1971년부터 3년간 학성중학교에서 영어교육 봉사활동을 했던 미국평화봉사단원 제임스 오스본(한국명 오정수·68) 씨가 한국을 찾아 학성중을 방문했다.

미국평화봉사단과 지난 6일 방한한 오스본 씨는 인연을 잊지 않고 학성중학교를 찾았고, 지난 7일 오후2시 학성중 교장실에서는 오스본 씨와 함께 생활했던 동료교사와 제자 8명이 36년 만에 재회하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호리호리한 체격, 파란 눈의 오스본 씨가 한국에 온 건 대학 4학년 때인 1971년. 영문학을 전공한 오스본 씨는 미국평화봉사단의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을 결심했다. 더 넓은 세상에서 전공을 살려보고 싶다는 의지에서였다. 이곳에서 73년 3월까지 2년 밖에 활동하지 않았지만 동료교사들은 그와의 많은 추억을 쏟아냈다.

동료교사 김영춘 씨는 "당시엔 학생을 체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스본 씨는 그걸 매우 싫어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제자들도 "그때 만 해도 영어의 영자도 모르는 친구들이 태반이라 그저 인종이 다른 사람이 우리학교에 있다는 것이 재밌고 신기했다"며 "수업내용은 잘 몰라도 선생님이 때리지 않으니 영어시간이 제일 좋았다"고 말해 실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스본 씨는 "미국에선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면 높은 의자에 앉혀 창피함을 주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했기 때문에 매를 드는 풍경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제자 박호진 씨는 "지금은 초등시절부터 영어를 배우지만 그때는 중학교 들어가서야 겨우 알파벳을 외우기 시작했다"며 "당시엔 영어가 너무 낯설고 어려웠다"고 말했다. 오스본 씨는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은 먼저 듣고 말하고 그 후 문법과 읽기, 쓰기로 진행돼야 하는데 한국에선 문법을 먼저 가르치고 나중에 말하기, 듣기를 했다"며 "언어는 이론으로 배우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익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가장 빨리 배우는 방법은 사랑을 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스본 씨는 당시 학성중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임태은 교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했고, 자녀를 다섯이나 두었다고 깜짝 발표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당시 22세였던 오스본 씨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학성중에 첫 발령받은 임 교사에 반해 교제를 시작했고, 동료들은 이 사실을 감쪽같이 몰랐던 것. 재직당시 임 교사와 친분이 있었던 김복희(76) 씨는 "소문만 무성했지 결혼한 사실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임 교사는 지난 2005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고, 지금은 새 아내 베키 씨를 만나 다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고 한다.

이날 오스본 씨는 임 교사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찍어두었던 일상의 모습들과 아이들 사진이 담긴 앨범을 동료교사 김복희 씨에게 선물했다. 오스본 씨는 "그녀는 집안 살림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태권도와 피아노를 직접 가르치는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동반자였다"며 "그녀를 만난 후부터 나는 항상 한국어로 말했고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오스본 씨는 이날 원어민교사의 영어수업을 참관하고, 학성중에서 그의 재직 당시 모습과 기록들을 모아 제작한 동영상을 보며 추억에 잠겼다. 이어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펼쳤다. 한국과의 인연을 죽을 때까지 이어가겠다는 그는 "아름다운 한옥에 반해 한옥을 매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국사랑을 내비쳤고, 자주 찾아올 것을 약속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 초청으로 한국을 다시 찾은 오스본 씨 등 미국평화봉사단원과 가족 57명은 지난 11일 모국으로 돌아갔다.　

김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