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만 되면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마다 잠을 자는데 적절한 온도가 조금씩 다르긴 한데 보통 섭씨 18∼20℃ 정도인 상태가 적절하다. 하지만 폭염이 지속되면 한낮 무더위가 밤늦게까지 이어져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 숙면을 방해한다.

한밤 최저기온이 25℃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열대야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열대야현상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했을 때 나타난다. 이 때 열을 내려주는 효과가 떨어지면서 높은 빌딩과 공장, 아스팔트 같은 인공구조물은 굴곡이 크고 표면적이 넓어 많은 열을 흡수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도시 기온이 교외나 시골보다 높게 나타나 열섬현상을 보이는 것이다.

주위 환경 온도가 28℃이상이 되면 체내 장기의 열을 밖으로 발산하기 어렵다. 그로인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다가 아침을 맞고 만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다보면 생체리듬이 깨지면서 온 몸이 뻐근하고, 낮에는 졸리고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이런 증상을 '수면지연증후군'이라고 한다. 장마로 인해 습도가 높아지면서 배출된 땀이 피부에 오래 머물러 있어 끈적끈적한 것도 잠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이런 모든 복합적 요인이 불면증을 불러 오는데 증상이 심한 사람은 급기야 병원을 찾기도 한다.

밤에 잠을 설치면 다음날 일정에도 지장을 주기 때문에 숙면할 수 있는 건강한 여름밤을 보내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임춘희 기자

"열대야 이렇게 이겨요"

규칙적인 생활: 생체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밤에 잠을 설쳤다고 늦잠은 자거나 긴 낮잠을 자면 밤에는 점점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늦게 자든 일찍 자든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

가벼운 낮잠: 점심식사 후 나른한 시간에 15~30분 가량의 낮잠으로 피로를 풀어주는 것은 좋다. 1시간 이상 길게 낮잠을 자면 두통이 동반되기 쉽고 밤잠을 방해하게 된다.

충분한 영양섭취: 불면증에 시달리다 보면 입맛이 떨어지겠지만 양을 줄이더라도 식사 시간은 지켜주는 것이 좋다. 쌀밥보다는 보리쌀 등 잡곡을 골고루 넣어 밥을 짓고 점심 한 끼 정도는 시원한 국수를 먹는 것도 괜찮다. 비타민이 부족하면 피로물질을 체내에 축척해 만성피로에 시달릴 수 있다. 신선한 우유나 콩음식, 생선, 오리, 닭고기 같은 고 단백질 음식과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류를 함께 먹어 영양관리를 해 주어야 한다. 과식은 금물이다.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위 운동량이 늘어나 숙면을 방해한다. 배가 고파 잠들기 힘들다면 흰 우유를 미지근하게 데워 한잔 정도로 가볍게 마시는 것이 좋다. 수박이나 음료수를 많이 먹으면 화장실에 가느라 자주 깰 수 있으므로 잠자기 전에는 피해야 한다.

적당한 운동: 땀은 많이 흘리고 잠은 제대로 못자면 기초대사량(기본적으로 필요한 체내 운동량)이 떨어지면서 소화력이나 체력이 약해질 수 있다. 새벽에 너무 일찍 운동을 하면 하루 종일 피곤할 수 있기 때문에 해가 지고 난 저녁(오후8~9시)에 근처에 있는 공원에 나가 산책이나 조깅을 하거나 운동기구를 이용해 스트레칭을 해주는 등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어주면 좋다.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

거품 샤워: 잠자리에 들기 한 두 시간 전에 차갑지 않은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면 몸의 열을 내려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된다. 욕조에 천연거품제로 거품은 낸 다음 몸을 담그고 20분 정도 있다가 샤워해 주면 때를 밀지 않아도 피부가 매끌매끌해 숙면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오랜 시간 사우나나 욕실에서 땀을 빼는 것은 삼가야 한다. 잠들기 직전에 목욕을 하면 오히려 잠이 드는 것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쾌적한 잠자리: 높은 습도로 인해 이부자리가 축축하면 집진드기나 곰팡이균 번식률이 높아 쾌적한 잠자리를 제공하지 못한다. 시트나 이불커버는 환기성과 흡습성이 뛰어나 피부가 직접 닿았을 때에 서늘하고 시원한 느낌이 있는 모시나 아사면 소재가 좋다. 침대 미트리스 위에 대나무 처럼 시원한 소재의 카페트를  얹고 그 위에 얇은 커버를 덧 깔면 후덥지근한 이불 느낌을 조금 덜어준다.

세탁을 할 때 섬유유연제를 사용하면 습할 수 있어 생략하고 수시로 햇빛을 쏘여 준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냄새제거제는 오히려 화학 성분이 두통의 원인이 된다. 삼이나 왕골이 재료인 안고 자는 베개(죽부인)를 사용하면 이부자리와 몸 사이에 공간이 생겨 환기에 도움을 준다. 또 타월을 물에 적셔 비닐팩에 넣은 다음 냉동실에 얼려 머리맡에 두거나 마른 수건에 한 번 더 싼 다음 베개위나 발밑에 두면 시원해 숙면에 도움을 준다.

냉방기구: 잠자리에 들기 전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는 타이머를 1시간 정도로 조절해 놓는 것이 좋다. 선풍기는 저단으로 바람세기를 낮추고 회전모드로 설정해 공기를 대류시키면 열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열대야에 좋은 음식

▷단백질 음식(계란, 두부, 통밀빵): 트립토판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돼 숙면에 도움을 주고 기력회복에 이롭다.

▷비타민 음식(키위, 바나나, 유색 채소): 키위와 바나나에는 칼슘이 다량 들어있어 심신에 안정을 주며 숙면에 도움을 주는 세로토닌 생성을 돕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있어 저녁식사 후 디저트로 먹으면 좋다. 비타민이 풍부한 유색채소(상추, 시금치, 고추, 가지 등)는 면역력을 강화시켜 더위를 이기는 힘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곡물 및 견과류(오트밀, 아몬드, 호두, 잣, 아몬드): 트립토판, 마그네슘,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한 호두나 잣도 숙면에 이롭다.

▷해산물(등푸른생선, 미역, 다시마): 풍부하게 들어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숙면에 도움을 준다.

▷산성식품(오이 초절임, 매실차, 매실 장아찌): 입맛을 돋우는데 효과적이다. 새콤하면서 영양도 풍부한 매실이 좋다.

▷차나 음료수(라벤더, 라임, 우유): 허브향기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며, 긴장을 풀어 주고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성질이 있다. 신경성 편두통이나 스트레스, 생리 불순, 소화 불량을 조절해 주기 때문에 숙면에 도움을 준다. 우유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해 안정을 취하는데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