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통하는 나무그늘 평상에 둘러 앉아 발갛게 잘 익은 수박을 먹으면서 더위를 달래고 싶은 계절이다. 수박이라는 이름은 '박속에 담은 물' 이라는 의미이며 과채류 중에서 수분 함유율이 오이(96%) 다음(91~95%)으로 높다.  그래서 어떤 과채류 보다 시원함을 더 느낄 수 있고 갈증을 빠르게 해소시켜 주며 독이 없다. 땀이 많이 흘러 물도 많이 마시게 되는 요즘 성질이 찬 수박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적기다. 

수박에는 시투룰린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어 이뇨작용을 돕는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수박이 신장병이나 당뇨병을 가진 사람들에게 약용되기도 한다. 수박의 붉은 색에는 암예방과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리코펜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재배 과정에서 일교차가 클수록 붉은색이 짙어진다고 한다. 또 내뱉어 버리는 수박씨에는 30%의 단백질과 40%의 지질이 포함되어 있다. 신품종인 노란 수박은 리코펜 함량이 붉은 수박보다 적은 만큼 붉은 수박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수박은 농약을 많이 사용하는 작물이기도 하다. 친환경 재배인지 확인할 수 없다면 깨끗하게 씻어야 하는데 표면에 물이 닿았을 때 미끈거리면 농약이 묻어 있는 것이다. 전용세제나 식초물로 씻어 헹군 다음 썰어야 칼이나 손을 통해 농약을 옮기지 않는다. 

수박의 영양과 효능

수박은 '자연산 전해질 음료'라고 불릴 만큼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다. 땀을 많이 흘리고 햇빛을 많이 받아 속이 메스껍거나 토하려고 할 때 수박은 냉수보다 났다. 몸의 열을 제거하고 당질·단백질·비타민A·칼륨·섬유질 등이 풍부한데다 1백g당 40㎉의 열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수박의 당질이 대부분 체내 흡수가 빠른 과당·포도당이어서 먹으면 빠른 시간 안에 에너지로 바뀐다. 시트룰린은 요소(尿素·오줌의 주성분)의 생성을 돕는데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어 이뇨 효과가 큰 것. 따라서 신장기능이 저하되거나 소변양이 적고 몸이 부었을 때 수박을 먹으면 도움이 된다. 항산화물질인 리코펜이 몸속에서 암의 원인이 되는 유해산소를 해소해 항암작용을 한다. 또 섬유질이 많아 배변에 도움을 주며 칼륨이 풍부해 더위로 처지기 쉬운 몸을 개운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한방에서는 수박을 속이 타고 열이 날 때 열을 내리는 번갈(燔渴)에 쓰고 피똥을 싸는 혈리(血痢)·입이 허는 구창(口瘡)을 다스리기 위해서도 처방한다. 염증을 없애주고 가슴이 갑갑한 증상을 덜어주며 전립선암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수박씨는 나쁜 지방질을 깨끗하게 해 동맥 속에 콜레스테롤이나 이물질이 쌓이는 것을 막아준다.

또 지방유, 전분, 포도당, 효소가 풍부해 폐를 맑게 하고 방광염증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며 가래를 완화시키고 쿠쿠르비틴 성분은 구충 작용한다. 그래서 말린 수박씨를 소금과 함께 볶아서 전채로 먹거나 차로도 이용하면 된다.

수박껍질 안쪽부분으로 얼굴을 문지르면 땀띠를 진정시키는 등 피부미용에 좋다. 하지만 냉증(冷症)이 심하거나 민성장염으로 설사가 잦은 사람은 조금만 먹어야 한다.

"수박껍질, 그냥 버리지 마세요"

수박껍질은 양이 많아 버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수박껍질에는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하고 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으며 아삭거려 반찬으로 사용해도 좋다. 수박껍질은 또 매운탕이나 찌개를 끓일 때 넣어도 국물이 개운하고 무가 들어가는 요리에 무 대신 사용하면 쓰레기는 줄이고 요리에도 사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

수박껍질 피클: 일단 겉껍질은 깎아 내고 수박의 흰 부분을 칼로 얄팍하게 잘라 약간의 간장에 설탕과 식초를 넣어 한번 끓인 다음 식힌다. 유리병은 뜨거운 물에 살균 시키고 수박과 끓여낸 물을 넣어 2~3일 정도 두면 아삭하고 상큼한 수박피클을 만들 수 있다.

수박껍질 나물: 수박껍질을 나박 썰기 하던지 채썰기를 해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데친다. 데친 것은 물을 뺀 다음 프라이팬에 들기름 살짝 두르고 다진마늘과 소금만 넣어 볶는다. 볶은 수박껍질 나물로 비빔밥을 해 먹으면 좋다. 또 꼬들꼬들 하게 말려 두었다가 고추장과 식초, 갖은 양념으로 조물주물 묻히면 밑반찬으로 그만.

수박껍질 생채: 채 썰어 놓은 수박껍질을 데치지 말고 소금, 설탕, 식초에 바락바락 주물러 10분 정도 두면 물이 나온다. 물기가 없도록  베 보자기에 꼭 짠 다음 고춧가루와 마늘, 쪽파, 매실액, 물엿, 깨소금, 참기름 약간 넣어 무치면 훌륭한 수박껍질 생채 완성.

좋은 수박 고르는 방법

▷소리: 잘 익은 수박은 손으로 두드리면 '통통' 하는 청명한 소리와 약간의 진동이 느껴진다. 덜 익은 수박은 '깡깡'하는 금속음이 나고 너무 익은 수박은 둔탁한 소리가 난다.
▷꼭지와 잎: 수박 꼭지는 T자형인 것이 싱싱하며 줄기에 달려있는 잎은 말라 있어야 잘 익은 수박.
▷솜털: 꼭지와 수박이 맞닿는 부분에 솜털이 많은 것은 설익었다는 증거. 솜털 없는것이 좋다.
▷줄기: 줄기의 굵기와 수박 껍질 두께는 연관되어 있어 줄기가 가늘면 껍질도 얇다.
▷무늬: 호피무늬가 진초록으로 선명하고 주름이 많아 보이는 것 보다 쭉쭉 뻗은 모양이 좋다.
▷표면: 표면에 실금이 있으면 안쪽으로 심지가 연결돼 있을 수 있어 맨질맨질한 것이 좋다. 또 표면 한쪽부분이 누런것은 햇빛을 골고루 받지 못한 것일 수 있다.
▷모양: 발육이 잘된 수박은 원형 또는 단타원형으로 반듯하다. 하지만 모양이 틀어졌거나 기형적이면 정상적인 양분 공급이 안 된 증거.
▷크기: 싸다고 너무 작은 수박을 사면 당도가 떨어질 수 있다. 수박은 적당히 커야 맛있다.
▷조심할 점: 흐리거나 비오는 날엔 사지 않는다. 비오는 날에 수확했어도 쾌청한 날에 구매 하면 높은 당도의 수박을 먹을 수 있지만 비오는 날 수박을 사면 당도가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