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숲이 뱉어낸 맑은 바람이 머무는 곳 들꽃처럼. 이곳은 눈길이 가는 곳, 발이 닿는 곳마다 이야기 거리가 있는 자연이 어우러진 테마카페이다.

골짜기로 흐르는 낮은 물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일상이 가져다주었던 시름은 어느덧 씻기고, 멋부리지 않아 더 멋스러운 야생화들은 평온하기만 하다. 아무렇게나 들에서 피는 꽃인 야생화 매력에 푹 빠진 손순주 대표는 '들꽃지기'에 몸을 담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손 대표는 "1천여가지 야생화를 잘 가꿔놓았다"며 "많은 분들이 들러 가게 입구에 전시해 놓은 야생화를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안락하게 꾸며놓은 실내 분위기는 커다란 통 유리 가득 들어오는 6월의 녹음으로 단장되었다. 그래서 창가 테이블에 자리 잡으면 온통 자연 속에 있는 듯하다. 들꽃의 순박함처럼 손 대표가 손수 만들어 내는 음식도 자연의 맛이다. 평소 요리하는 것을 즐겨 음식점까지 하고 있다는 손 대표는 밑반찬 하나하나 야생화를 가꾸듯 정성을 들인다.

비 내리는 날에 생각나는 수제비(6천원)를 손 대표는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끓인다. 나물을 골고루 넣고 쓱쓱 비벼 먹는 비빔밥(6천원)은 입맛이 없을 때 그만이다. 또 더덕구이정식(8천원)에는 국산 더덕을 두들겨 양념장 묻혀 구워내 더덕향이 입안을 맴돌아 향긋하고, 적당하게 부드러운 북어구이(8천원)도 정식 메뉴의 하나이다. 실하고 품질 좋은 금바우 감자를 갈아 노릇노릇하게 부친 감자부침(8천원)은 동동주 안주로 그만. 골뱅이무침(1만5천원), 도토리묵무침(1만원), 장떡(6천원) 등의 안주와 함께 간단하게 한잔 해도 좋고 편안하게 차(3천원~5천원)를 마시며 분위기를 즐겨도 좋다.

음식 맛을 내는 것은 솜씨 뿐만이 아니라 음식이 담긴 그릇도 한몫 한다. 도자기의 도시 이천에서 구워온 멋스러운 그릇에 담겨 나오는 음식은 가게 분위기와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카페 모퉁이엔 정겨운 그릇들이 아기자기하게 아예 한 자리를 차지했다. 종지, 사각접시, 반찬그릇, 옹기, 주발, 찻잔 등 소품에서부터 다양한 모양과 종류의 장식용 도자기까지 눈을 뗄 수가 없다. 구경만 해도 좋지만 1만원에서 3만원이면 구매도 가능.

목재로 만든 계단을 오르면 좌식 테이블이 놓여있는 온돌방이다. 자그마한 창이 이어져 있고 황토 빛 조명이 분위기를 돋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커피나 차 한 잔 앞에 놓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네가 놓인 것을 보아 자녀를 데리고 오는 주부를 배려한 듯.

건물 뒤편은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는 분수와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만나는 장소다. 반토막을 낸 단지는 누운 채 물을 담고 물 위엔 바람에 실려 온 나뭇잎과 꽃잎이 한갓지게 떠다닌다.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놓여 있어 이런 풍경들을 맘껏 즐길 수 있다. 한 단골손님은 "먹는 기쁨과 삶의 멋을 모두 느낄 수 있어 자주 찾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오전11시부터 오후10시까지 문을 열고, 금대리 아흔아홉골가든 뒤에 위치해 있다.

▷문의: 765-2157(들꽃처럼)

임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