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7월부터 공무원들의 행정처리 실수나 잘못된 제도로 인해 시민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민고충처리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시민들의 고충을 접수해 시민의 편에서 행정행위에 문제가 없는지 따져 보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토록 요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행정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힘이 없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큰 힘을 얻는 것이어서 지금까지와는 한 차원 높은 권익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위원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불신을 받고 있다. 이유는 위원회 업무를 총괄할 상근위원으로 현재 시민상담실장을 맡고 있는 전직 공무원을 임명한데다 위원회 상근 직원도 현직 공무원을 배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이대로라면 현재 시장 직속으로 운영하고 있는 민원상담실과 달라질 것이 별로 없다고 보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직원을 한명 더 배치한 것 뿐이다. 물론 민간인 6명과 간부공무원 1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어 접수된 고충민원을 논의하게 되겠지만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위원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민원인과 직접 상담하지 않는 위원들 입장에서는 상근위원과 직원들이 만드는 회의자료에 의존해 문제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상근위원과 직원이 어떤 자세로 일하느냐에 따라 시민고충처리위원회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직 공무원과 현직 공무원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민들로부터 전적인 신뢰를 받기 어렵다. 위원 추천권이 시장에게 있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 상황에서 시장에게 인사권이 있는 현직 공무원을 자기 편일 것이라고 믿을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의원들이 시의회에 배치된 전문위원이나 직원들이 시장 눈치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실제로 의원들은 시의회에 배속된 직원들이 시의회와 집행부가 갈등을 빚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거나 심지어는 시의회 동향을 집행부에 흘리기까지 한다고 보고 있다.

전직공무원을 상근위원으로 임명한 것이 행정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 민원인과 밀도 있게 상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면 실무업무를 담당할 직원만은 위원회에서 별도로 채용해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행정경험 부족은 상근위원이 보완해 주면 문제될 게 없다. 상근위원의 독립성 보장에도 도움이 된다. 상위법에도 공무원을 배치하도록 규정돼 있지 않은 만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시민고충처리위원회는 김기열 시장의 공약사항이다. 시민들을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내세운 공약이라면 시민들이 믿고 찾아올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 한 차원 높은 행정을 구현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