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이롭고 남에게도 이로운 일 사람들의 영성을 정화하고 기쁨을 주는 선물이며 휴식같은 것….그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입니다"

지난달 23일 치악예술관. 인도신화에 등장하는 문화와 예술을 관장하는 신 '사라스바티(Sarasvati)'에서 이름을 딴 여성불교합창단 '사라스바티합창단'의 정기연주회가 열린 날이다. 왠만한 공연으론 객석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운 치악예술관이 이날은 빈 좌석을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만석이었다. 

연주회의 막이 열리자 합창단은 '비원', '정례 올리고' 등 찬불가를 선사했다.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그 다음 순서. '지존하신 성체(Tantum Ergo)', 아일랜드 축복송(An Irish Blessing)' 등 찬송가가 객석에 울려 퍼졌다. '아 목동아' 등 국내외 민요와 뮤지컬 코러스라인 중 '원'까지 다양한 음악이 뒤를 이었다.

보통 불교합창단의 연주회라면 부처님을 찬탄하는 음성공양을 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 기본. 하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찬불가는 물론, 찬송가를 부르는 합창단과 그들의 합창에 박수로 화답하는 신도들이 있었다.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종교음악제에선 서로가 상대 종교의 음악을 바꿔 연주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정기연주회에서까지 타 종교 음악을 부르는 것은 어지간한 열린 사고가 아니고선 쉽지 않은 일이다.

낯선 이 일을 가능하게 한 중심에는 대한불교 총화종 무량사 주지 석지오(56) 스님이 있다. 2002년 무량사 사찰 내 합창단으로 출발해 2006년 현 김태영(원주시립합창단) 지휘자를 영입한 후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전개하기까지 지오 스님은 '음악으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봉사하는 일'이라는 마인드로 합창단에 애정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불교합창단인 사라스바티합창단이 음악발전에 촛점을 맞춰 불교음악에 국한하지 않고 세속음악이나 타 종교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추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정기공연은 물론, 군부대 법회, 사찰 내 법당에서조차 스스럼없이 찬송가를 불렀다. 심지어 성탄절이면 캐롤만 모아 부르기도 했다.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다. "불교합창단이면 찬불가나 부를 일이지 왜 찬송가를 부르느냐"는 타 종교 신자들의 곱지않은 눈총부터 "아무리 그래도 법당에서 성가를 부르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신도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화합과 조화보다는 갈등과 대립을 지향하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피부로 체감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지오 스님의 생각은 달랐다. "크게 보면 다 우린데 우리가 아니라고들 합니다. 너가 되고 내가 되고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아주 작더라도 자기 성찰을 통해 변화하면 좋은 인연도 만들고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단순히 내가 아니라 모두들 좋은 삶이길 바라는 마음. 그렇게되면 오늘이 편하고 미래도 편해집니다."

예술은 예술 자체의 발전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오 스님은 "음악이 아름다우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강조한다. 마음이 자유로워야 정말 자유로운 것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빌려 "'타 종교 것'이라는 편견은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맞질 않다"고도 했다. 예술의 승화에 종교가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예술 앞에 나서는 그런 종교는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불교의 보살행 가운데 '자리이타(自利利他)'라는 말이 있어요. 내게도 이롭고 남에게도 이로운 일이면 해야할 일이죠. 많은 사람들의 영성을 정화하고 기쁨을 주는 선물이며 휴식같은 것. 그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입니다." 음악을 통해 이 사회의 벽 아닌 벽을 허물고 있는 지오 스님과 사라스바티 합창단의 열린 사고와 마음이 열린 종교로 다가가는 첫 걸음이자 전환점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